일상의 깨달음34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자본주의의 발달 르네상스는 단순한 문화적 부흥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었다. 중세 동안 유럽은 신 중심의 사고방식에 지배되었고, 교회는 사회와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했다. 그러나 14세기부터 시작된 르네상스는 인간의 능력과 가능성을 새롭게 조명하며, 개인의 가치와 합리적 사고를 강조하는 인문주의(Humanism)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사상적 변화는 종교개혁과 자본주의의 발달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특징 르네상스 인문주의는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을 재발견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태동하였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가능성을 강조하는 사상으로 발전하였다. 르네상스 사상가들은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2025. 2. 25. 헤어디자이너 서라이야기 헤어디자이너 서라이야기 갑작스럽게 쏟아진 눈을 맞으며 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삼성역 사거리에 자리한 미용실로 향하는 길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딸은 생애 첫 헤어 염색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아빠와 미용실을 찾는 딸, 흔치 않은 조합이 분명했지만 그렇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염색하고 싶으면 아빠가 아는 미용실에 가볼래? 거기 실력 좋은 헤어디자이너가 있어. 그런데 말이야, 그 디자이너가 바로 아빠 제자거든. 아마 무지 잘해줄걸?” 나는 제자의 인스타그램까지 슬쩍 보여주며 말을 건넸다. 딸은 아무 말 없이 화면을 훑어보더니 어느 날 덜컥 온라인 예약을 해버렸다. “아빠, 나 거기 갈래. 삼성역 미용실.” 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제자 서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라는 ‘대박!’이라.. 2025. 2. 8. 교회를 교회 답게 하는 것 내수동 교회 주변은 공원과 같은 녹지, 옛 건물, 카페, 출판사, 미술관, 아파트촌과 외국인 빌라 등 전통과 현대가 어색한 듯, 어울리는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수채화 그림 같은 곳이다. 스페이스 본이나 경희궁의 아침 같은 고급 아파트의 등장으로 교회 주변 사직동 달동네가 사라지고 이제는 부촌으로 둔갑했지만 옛 자취는 여전하다. 내수동교회는 내 기억 속에 촌스러움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교회라기보다는 단독주택 몇 채가 모인 공동생활 공간이었다. 서울 시내에 이런 교회가 있다는 것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1970년 말부터 이 교회에는 경상도, 전라도에서 상경한 촌스러운 대학생들이 부푼 신앙의 꿈을 안고 모여들어 촌스러운 공동체를 만들었다. 지금은 목회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신당 건물이 지어지면서 메가처.. 2025. 2. 3. 어머니가 쓰신 글 "고향집" * 얼마 전 어머니가 89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몇 주째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오늘은 쓰시던 솜이불과 옷가지들을 모두 분리해서 일부는 이모님들에게 보내 드리고 나머지는 버리는 등 직접 처리했다. 어머니는 외골수였고 자존심이 강하셨다. 그러면서 속은 철 모르는 소녀처럼 여렸다. 어머니는 열심히 교회에 다닌 분은 아니셨지만 늘 기도하셨다. 기도의 대상은 하나님이나 부처님이라고 못 박지 않으셨다. 대상은 늘 하늘이었고 “~~ 하게 해 주소서”라는 기도의 형식을 깔끔하게 지켜 문장을 외듯이 반복하셨다. 내용은 늘 자식과 손주들의 건강과 평안을 위한 것이었고 때로는 뉴스를 보며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도 하셨다. 군대 있을 때 어머니가 모나미 볼펜을 꾹 눌러 쓴 편지를 보내주셨었다. 한 때 우울증에 빠져 군대사진을.. 2025. 1. 27. 안중근과 그가 남긴 유묵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24년 12월 24일부터 안중근(1879∼1910)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5주년을 기념하는 ‘안중근 書(서)’ 특별전을 개최하였다. 전시된 18점의 유묵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獨立(독립)’이었다. 유묵은 전시실 중앙, 별도의 방에 배치되어 있었다. 커튼을 열고 들어가니 유묵이 보였다. 간결한 두 글자의 필체에서 웅혼한 힘이 느껴졌다. 글씨 왼쪽에는 약지가 절단된 안의사의 손바닥 도장이 선명했다. ‘獨立(독립)’ 유묵은 뤼순(旅順)감옥 간수였던 시타라 마사오(設樂正雄)씨가 안의사에게 받은 후 그의 후손인 시타라 마사즈미(設楽正純)씨가 소장하고 있다가 류코쿠대학에 기탁한 것이다. 사형을 앞둔 일반사람이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붓조차 잡을 수 없었을 것인데 안의사는 차분한.. 2025. 1. 7. 기독인 A씨의 괴짜 철학 스피노자와 니체, 들뢰즈를 잇는 철학의 계보를 탐구하다보니 철학과 종교가 만나는 접점이 있네. 뭐 이런 생각들이지. 인문학 최대의 적은 자본이 아니라 종교다. 하나님이 초월적 신이라면 우리는 하나님을 결코 알 수 없다. 하나님이 지금 여기 계시다는 말은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내재적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초월적 신과 내재적 신을 구별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이도 저도 아닌 믿음을 갖고 있다. 행복은 내재적 존재로서의 신을 인식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합일 되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세상은 신의 연장과 사유로 가득차 있다. 불교에서 월인천강(月印千江)이란 말과 같은 이치이다. 굳이 해가 아니라 달을 들어 말한 것은 달은 그 모습이 물에 그대로 밝고 투명하게 비추이나 .. 2025. 1. 2.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