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깨달음26 희망이란 희망이나 행복은 선이 아니라 점의 형태로 존재했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가 한다. 끝없이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의미란 0과 1의 사이의 헛된 선택이고, 혼돈이라고 불리는 불행이 모든 것의 질서이고 디폴트 값이라는 진실은 메트릭스의 가상현실에서 깨어나는 네오가 그랬던 것처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 마치 기독교인에게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어쩌다 우연하게 태어난 거야. 너를 위한 특별한 계획이란 애초에 없어. 신은 너가 뭘 하더라도 관심이 1도 없어. 인생의 의미라는 말은 던져버려”라고 말하면 느끼게 될 혼란스러운 같은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원본이 없어진 시뮬라크르 아닌가? 자기가 만들어 낸 세상만 있을 뿐이야. 예전에는 누구처럼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 2024. 10. 15. 수학 학원에서 생긴 일 중2가 된 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수학학원에 보낸 일이 없다. 줄곧 나와 공부를 했다. 중1까지는 그럭저럭 잘 해 왔는데 문제는 중2에 올라오면서 붉어졌다. 수학은 둘째치고 딸아이의 사춘기가 겹치면서 대화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빠? 수학만 힘든 게 아니야 나는. 사는 것도 힘들어, 아빠까지 왜 그러는데!” 딸아이의 항변은 막장드라마의 단골대사처럼 뼈를 긁는 것 같았다.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부모의 말도 가식적이고 혐오스럽게 들린다는 중2가 아닌가? ‘즉문즉답’의 촌철어휘를 즐겨 사용하는 내 교육방식에 아이가 드디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딸아이가 무슨 쿵푸팬더도 아니고 굶기거나 선문답을 주고받으며 수련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진료는 일찌감치 의사에게 맡겨야 했다. 급기야 딸아이와.. 2024. 10. 14. 치과에서 있었던 일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드디어 받았다. 마지막 검진 항목은 치과. 치과는 나이가 들어도 비호감이다. 힐끗 멀리서 흰 가운이 보였다. 오는구나 마침내. “안녕하세요?” 나긋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흰 눈썹이었다. 내 입속을 뒤적이면서 말했다. “충치는 없습니다.” “오~감사합니다.” 바보다. 감사하다니 뭐가? 나도 모르게 뛰어나온 말이다. “나름 관리를 하긴 했습니다.” “꼭 그래서 그렇다기보다 이가 화면으로 보시다시피 매끈해져서 우식은 없지만 투명하고 약합니다. 잇몸도 많이 부어 있어요.” “왜 그런거죠?” “뭐~나이가 들면 다 그렇습니다.ㅎㅎ” “매끈하다는 말은 이가 마모되어서 파인 굴곡이 없다는 말이군요. 유리구슬처럼요, 그래서 충치가 없는 거고” 의사는 이런 대화가 어색한지 서둘러 자리를 떠났.. 2024. 10. 14. 토스의 UX Writing 전략 쉬운 금융, 토스의 UX Writing 전략 *UX Writing은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만나고, 사용할 때 접하게 되는 단어, 문구들을 설계하는 일을 말함 토스(Toss)는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개발한 송금 서비스 앱이다. 토스의 슬로건은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다. 토스는 공인인 증서가 없어도,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간편 송금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시중 17개 은행과의 전산 표준 연동에만 3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토스가 금융을 쉽게 만들기 위해 하는 노력은 기술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토스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쉬운 금융’을 완성시킨 ‘UX Writing’ 전담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금융 용어를 이.. 2024. 10. 14. 하늘은 말하지 않는다 하늘은 말하지 않는다 子曰: “予欲無言.”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논어 양화편』 공자가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지 않으면 저희들이 무엇을 전술하겠습니까?”공자가 말씀하였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시더냐? 사계절을 운행하고 만물을 낳았건만, 하늘이 무슨 말을 하시더냐?” 사계절의 변화나 만물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굳이 신에게 기도하지 않아도, 자기계발서를 탐독하지 않아도 하늘의 이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퇴계는 일찍이 “도는 형상이 없고 하늘은 말이 없다(道無形象,天無言語)”라고 하였으나 하늘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지 않을 뿐 무언의 언어로 스스로를.. 2024. 10. 14. 니체와 장자의 글을 읽으며 니체와 장자의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살아오며 성찰과 반성의 삶을 지나치게 지향했다는 점이다. 기독교와 유가적인 틀에 갇혀 자란 환경, 너무나 촘촘한 칸트의 윤리의식이 견고해서 그것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세상에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있고 사람이면 누구나 그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이 진정 가당한 말이었나? 모두가 관점을 절대시하는 도그마일 뿐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맹목적 추종으로 이어지고 삶을 피폐하게 한다. 수많은 인간관계의 그물 속에서 무수한 ‘지금, 이 순간’이 사라진다. 자신을 후벼팔 시간에 잠을 더 자고 먹고 싶은 음식을 더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게 오히려 나았다. 우리가 상대하는 대부분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세상과 관련된 우리의 생각이다. 욕.. 2024. 10. 14.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