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깨달음26

광장의 비둘기 광장에서 누군가 흘린 빵 부스러기를 우연히 발견한 비둘기의 초라한 기쁨은 자유로운 새들에겐 모욕이다. 빵 부스러기의 기억에 다시 광장을 찾는 비둘기의 회귀본능을 이들은 경멸한다. 누군가 먹이를 던져주면 한없이 기뻐하고 그런 사람이 없는 날은 깊은 슬픔에 빠져 버리는 비둘기는 그들에게 이미 같은 종족이 아니다. 자유로운 새들은 스스로 먹이를 사냥한다. 먹잇감이 부족한 날이면 잡아온 먹이를 남김없이 토해 내 모든 새끼들을 먹이고, 자신은 굶을망정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비천한 아양과 구걸만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 운명을 향해 자신의 전부를 던진다. 그래서 비둘기와는 달리 먹이가 없는 날에도 자유로운 새들은 그토록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욕망하는 힘,.. 2024. 12. 12.
삶은 무한한 가치에 대한 인식으로 평범한 일을 하는 것 “삶의 가치와 중요성은 눈에 띄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가치에 대한 인식으로 평범한 일을 하는 것임을 잊지 마십시오.”(Do not forget that the value and interest of life is not so much to do conspicuous things...as to do ordinary things with the perception of their enormous value)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완전한 어둠 속에서 하나님의 새벽을 찾으십시오.”(In the shadow of death may we not look back to the past, but seek in utter darkness the dawn of God) “우리는 영적체.. 2024. 12. 10.
기독인 A씨, 차별금지법을 논하다 A씨는 최근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소식을 들으며 숨이 막혔다. 한국의 다양한 교파들의 대동단결을 이루어낸 이슈는 천국복음이 아니라 차별금지법 반대였다. 한국교회에는 "십자가는 없고 십자군만 있다"는 어느 노사학자의 날선 질책이 떠올랐다. 급기야 대예배 대표기도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폐지와 동성혼 금지가 주님의 뜻이라고 울부짖는 장로가 등장했다. 한 젊은 부목사는 차별금지법이 악마의 탈을 쓴 악법이라며 거룩한 방파제를 쌓아 영적 전쟁을 벌이자고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A씨는 문득 차별금지법이 상정되면 예배당을 박차고 나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할 것이라고 예배시간에 강경발언을 하던 담임목사의 모습이 어른거려 아찔했다. A씨는 점심을 같이 먹던 S씨에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대부분 대형교회 목사.. 2024. 12. 2.
오레오와 광고천재 1912년 미국 나비스코(Nabisco)사에서 시작해 큰 인기를 끌며 20세기 가장 많이 팔린 과자류로 손꼽히는 오레오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간식입니다.오레오를 보면 이란 책이 생각납니다. 광고를 위한 한 인간의 열정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전 포스트잇을 끼어 가면서 앉은자리 3시간 만에 읽어버렸습니다. 한 편으로 열정 없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요. 책 내용 중에 이제석이 미국에서 오레오광고를 만든 이야기가 나옵니다. 광고 만들 때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썼습니다.“나는 오레오 광고를 만들 때 하루 세끼 오레오만 먹어댔다. 이빨 사이사이에는 검은 과자 찌꺼기가 끼었고 똥 누구 돌아서서 보면 똥 색깔이 짙은 갈색도 아닌 완전한 흑색이었다. 아스팔트 찌꺼기가 변기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짓을.. 2024. 10. 31.
네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마라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자의 제자 염구가 어느날 스승에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이 말씀하신 가르침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요. 제가 힘이 좀 부족해요(力不足)" 이 말에 공자는 말했다. "힘이 부족한 사람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다가 중도에 폐지하는 법인데 지금 너는 아예 못 한다고 선을 그어놓고 있다.(今女畵)"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中道而廢, 今女畵. 이 말을 요즘 대화로 바꾸면 어떨까? 어느날 한 학생이 선생님을 찾아왔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들을 모르거나 싫어하진 않아요. 그런데 제가 좀 실천력이 부족하고 포기를 빨리하는 성격이에요" 이 말에 선생님이 대답했다. "넌 지금 실천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네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어. .. 2024. 10. 30.
집사 A씨 새벽 기도회를 가다 집사 A씨는 신실한 아내의 권유로 오랜만에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때는 새벽 5시, 먹장을 깔아 놓은 듯 고요한 도로의 소실점 끝에서 검푸른 하늘 멀리 계명성이 반짝였다. 순간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에 계명성 동쪽에 밝아’로 시작하는 찬송가 가사가 떠올랐다. A씨는 삼일운동 미명에 탑골공원 향하는 듯한 설레는 행보로 예배당 문에 들어섰다. 예배당은 어둠침침했고 제단 위에 켜놓은 LED 십자가가 무가의 촛불마냥 옅은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A씨의 머릿속에 핏빛으로 등을 켜놓은 정육점 냉장고가 떠올랐다. 나이 들며 취향이 변해서인가? 예배당의 분위기도 그렇고 어릴 때 편하게 느꼈던 목제의자의 팔걸이와 도톰한 쿠션을 넣은 장의자마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강대상 옆에서 서둘러 .. 2024.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