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깨달음34 하늘은 말하지 않는다 하늘은 말하지 않는다 子曰: “予欲無言.”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논어 양화편』 공자가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지 않으면 저희들이 무엇을 전술하겠습니까?”공자가 말씀하였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시더냐? 사계절을 운행하고 만물을 낳았건만, 하늘이 무슨 말을 하시더냐?” 사계절의 변화나 만물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굳이 신에게 기도하지 않아도, 자기계발서를 탐독하지 않아도 하늘의 이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퇴계는 일찍이 “도는 형상이 없고 하늘은 말이 없다(道無形象,天無言語)”라고 하였으나 하늘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지 않을 뿐 무언의 언어로 스스로를.. 2024. 10. 14. 니체와 장자의 글을 읽으며 니체와 장자의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살아오며 성찰과 반성의 삶을 지나치게 지향했다는 점이다. 기독교와 유가적인 틀에 갇혀 자란 환경, 너무나 촘촘한 칸트의 윤리의식이 견고해서 그것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세상에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있고 사람이면 누구나 그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이 진정 가당한 말이었나? 모두가 관점을 절대시하는 도그마일 뿐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맹목적 추종으로 이어지고 삶을 피폐하게 한다. 수많은 인간관계의 그물 속에서 무수한 ‘지금, 이 순간’이 사라진다. 자신을 후벼팔 시간에 잠을 더 자고 먹고 싶은 음식을 더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게 오히려 나았다. 우리가 상대하는 대부분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세상과 관련된 우리의 생각이다. 욕.. 2024. 10. 14. 아마도 봄신령이 지폈었나 보다 이틀 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추돌사고를 냈다. 사고는 잠포록한 날씨, 집 근처 교차로 공사구간에서 일어났다. 급정거를 했지만 늦었다. 앞차는 오래된 연식의 아반떼였다. 앞차가 충격에 밀려가며 바로 그 앞차를 박았다. 최신형 벤츠 SUV였다. 아반떼 운전석에서 허름한 후드티를 입은 청년이 내렸다. 내 쪽을 힐끗 보더니 말없이 머리만 긁적였다. 다행히 적의는 없어 보였다. 차량 뒷자석에 어디서 인테리어 공사를 마쳤는지 실리콘건과 빈 카트리지가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벤츠 운전자도 내렸다. 50은 넘어 보이는 중년 여성이었다. 하얀 깃에 체크무늬 골프옷을 입고 있었다. 은빛 골프화가 빛에 반짝였다. 여성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아이구 놀래라를 외치면서 자발없는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고 청년이고.. 2024. 10. 14. 근심이 사라지려면 아침에 문득 ‘樂天知命故不憂’라는 주역계사전의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공자는 50세를 ‘知天命’이라고 하였습니다. 공자가 천명을 알았다고 한 50대에 인생의 근심이 없었나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공자의 인생에 끝도 없이 떠도는 방랑의 시절이 50대 중반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역에 나오는 ‘樂天’은 자연의 섭리를 즐긴다는 말이고 ‘知命’은 그 섭리를 이해하고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樂天知命故不憂’의 해석은 ‘천명을 즐기고 알게 되면 그 결과 근심을 안 하게 된다’라고 해야 하나요? 어떤 사람들은 이 글귀를 하늘의 뜻이 자신과 어긋나도 그것을 운명으로 여기지 않고 맞서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합니다. 잘 적용하였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천명을 안다는 것은 인간능력의 한.. 2024. 10. 14.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