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 한 구절11 신영복 「교사가 된다는 것」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하게 되는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냉철한 이성보다는 따뜻한 애정이야말로 진정 우리를 힘 있게 지탱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양심적인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것일 뿐 아니라 이론을 말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인간적 품성으로 감싸서 함께 걸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음을 이야기해 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정 먼 여행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이며 삶이며 숲입니다. 유럽의 완고한 보수적 구조에 절망했던 그람시는 진지(陣地)와 헤게모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간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진지, 그리고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설 수 있는 저항 담론으로 무장한 이데올로기에서의 헤게모니를 간절하.. 2024. 12. 26. 김훈 「칼의 노래」 「칼의 노래-칼의 울음」 김훈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피는 숲에 저녁 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어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뭍으로 건너온 새들이 저무는 섬으로 돌아갈 때, 물 위에 깔린 노을은 수평선 쪽으로 몰려가서 소멸했다.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속으로 불려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바다는 늘 먼 섬이 먼저 소멸하고 먼 섬이 먼저 떠올랐다.」 2024. 12. 26. 제인구달 - "희망의 이유" 중에서 「인간이 품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덜 오만해질 수 있다.」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주위에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특히 우리 서로에게 존경과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자연세계 그리고 우리 주위에 있는 영적인 힘과의 연결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기양양하게 기쁘게 인류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영적인 진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만하고 외람된 일일까.. 2024. 12. 26.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리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쁨이 이룩해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커다란 기쁨이 작은 슬픔으로 말미암아 그 전체가 무너져내리는 일은 아무래도 드물 것이라 생각된다. 슬픔보다는 기쁨이 그 밀도가 높기 때문.. 2024. 12. 26.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기형도 *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남을 사랑할 수 없다.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 머뭇거리는 가련한 인생이여!! 2024. 12. 2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