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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한 구절

김훈 「칼의 노래」

by 하늘밑 2024. 12. 26.

 「칼의 노래-칼의 울음」 김훈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피는 숲에 저녁 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어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뭍으로 건너온 새들이 저무는 섬으로 돌아갈 때, 물 위에 깔린 노을은 수평선 쪽으로 몰려가서 소멸했다.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속으로 불려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바다는 늘 먼 섬이 먼저 소멸하고 먼 섬이 먼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