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하게 되는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냉철한 이성보다는 따뜻한 애정이야말로 진정 우리를 힘 있게 지탱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양심적인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것일 뿐 아니라 이론을 말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인간적 품성으로 감싸서 함께 걸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음을 이야기해 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정 먼 여행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이며 삶이며 숲입니다.
유럽의 완고한 보수적 구조에 절망했던 그람시는 진지(陣地)와 헤게모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간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진지, 그리고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설 수 있는 저항 담론으로 무장한 이데올로기에서의 헤게모니를 간절하게 소망했던 그의 고뇌를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인간적 가치를 지키는 진지 그것이 학교입니다. 아마 우리 시대에 남아있는 유일한 진지가 학교일 것입니다. 도도한 물결에 무너지는 전선이고 또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없는 작은 우산에 불과하지만 학교는 우리시대의 진지입니다. 인간적 가치를 지키고 성찰성을 드높이고 환상을 청산하는 실천의 최전선임에 틀림없습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선이며 진지입니다. 우리가 지켜내어야 할 숲입니다.
- 신영복 「교사가 된다는 것」 중에서 (중등우리교육 2007년 10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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