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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한 구절

허먼멜빌 『모비딕』

by 하늘밑 2025. 1. 8.

제6장 거리
   
여름에는 도시가 더욱 볼만하다. 멋진 단풍나무가 무성하고, 긴 거리는 초록빛과 황금빛으로 물든다. 8월에는 아름답고 풍성한 침엽수가 촛대모양의 나뭇가지를 하늘 높이 뻗어 올리고, 똑바로 곧추세운 원뿔 모양으로 모인 꽃봉오리를 행인들에게 보여준다. 예술은 그렇게 전능하다. 뉴베드퍼드의 많은 구역에서 예술은 천지창조의 마지막 날 쓸모없이 버려진 불모의 자갈투성이 땅 위에 화려한 계단식 꽃밭을 덧붙여 놓았다. 
   
제10장 진정한 친구
   
나는 엄격한 장로교회의 품에서 태어나 자란 어엿한 기독교도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야만적인 우상숭배자와 함께 나무토막을 숭배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숭배란 무엇인가? 나는 생각했다. 이슈메일, 너는 지금 하늘과 땅-이교도를 포함하여-을 주관하시는 관대하고 고결한 하느님이 하찮은 나무토막에 질투를 느낄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숭배란 무엇인가? 이웃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이웃에게 해주는 것-그것이 신의 뜻이다. 이제 퀴퀘그는 내 이웃이다. 나는 이 퀴퀘그가 나한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가? 나와 함께 장로교회의 특별한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그의 예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상숭배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대팻밥을 태우고, 그 가련한 작은 우상을 세우는 것을 거들고, 퀴퀘그와 함께 태운 건빵을 우상에게 바치고, 우상 앞에서 두세 번 절을 하고, 우상의 코 끝에 입을 맞추었다. 그 일이 끝나자 우리는 옷을 벗고, 우리 자신의 양심에 대해서나 세상에 대해서나 아무 거리낌 없이 침대로 들어갔다. 
   
비극도 너무 장엄하면 슬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걸 미학에서는 숭고미라고 하는데 내가 뭔가 고양되는 느낌 그래서 내 삶이 구원받는 느낌이 드는 것, 그게 문학을 , 예술을 접하고 경험하는 이유가 아닐까? 『모비딕』을 읽는 것도 그렇다. (p.726)
   
날카로운 통찰과 씁쓸한 절망과 희미한 빛처럼 비쳐드는 희망이 뒤섞인 긴박한 세계가 펼쳐인다. (p.717)
   
멜빌의 비극의식은 세계에 대한 부정으로,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깊이 역행하고 첨예화된다. 그리고 무거운 회의주의로 침잠해 간다. (p.714)
 

허먼멜빌 모비딕 작가정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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