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그 한 구절

이석원 『보통의 존재』

by 하늘밑 2025. 1. 6.

돌이켜보면 나는 선생님들이 '누구나 한 가지씩은 잘하는 게 있다' '누구에게나 꿈은 있기 마련이다' 등등의 사기를 안 쳤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랬으면 '왜 난 꿈이 없을까?' 이런 고민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만약 지금 내게 누가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살다 보면 생기겠죠. 끝까지 안 생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생의 의미를 명확하게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여전히 고민한다. 다만 분명한 건 누구나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배우나 감독이 될 자질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그러니 남은 생을 사는 동안 내가 그저 관객의 안온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할지라도 꿈이 없다 뭐라 할 수 있을까.

청소년들이여, 꿈이 없다고 고민하지 마라.
그럼 관객이 되면 되니까.
그뿐이다.

- 이석원『보통의 존재』


'책 그 한 구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먼멜빌 『모비딕』  (0) 2025.01.08
한강 《소년이 온다》  (0) 2025.01.06
김현승 「눈물」  (0) 2024.12.31
황인숙 「강」  (1) 2024.12.30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0) 202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