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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한 구절

김현승 「눈물」

by 하늘밑 2024. 12. 31.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이 시는 1957년에 펴낸 김현승(1913~1975)의 첫 시집 '김현승 시초'에 실려 있다.  시에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을 ‘눈물’이라고 하였다. 기쁨이나 행복은 꽃처럼 피었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이다. 꽃이 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열매다. 꽃의 화려함이 사라지고 열매가 맺는다. 가지와 잎이 앙상해져야 열매가 익는다. 나무는 죽은 듯 말라가며 열매를 맺는다. 열매가 눈물이다. 시인이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였다고 한 이유다. 눈물이야말로 한 점 생명의 씨앗과도 같고, 더러움이 없으며, 인간의 마음이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순금처럼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삶에 눈물이 없다면......그것은 열매 없는 꽃처럼 공허하다.

 

에곤 실레 '네 그루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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