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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깨달음

광장의 비둘기

by 하늘밑 2024. 12. 12.

광장에서 누군가 흘린 빵 부스러기를 우연히 발견한 비둘기의 초라한 기쁨은 자유로운 새들에겐 모욕이다. 빵 부스러기의 기억에 다시 광장을 찾는 비둘기의 회귀본능을 이들은 경멸한다. 누군가 먹이를 던져주면 한없이 기뻐하고 그런 사람이 없는 날은 깊은 슬픔에 빠져 버리는 비둘기는 그들에게 이미 같은 종족이 아니다.
 
자유로운 새들은 스스로 먹이를 사냥한다. 먹잇감이 부족한 날이면 잡아온 먹이를 남김없이 토해 내 모든 새끼들을 먹이고, 자신은 굶을망정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비천한 아양과 구걸만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 운명을 향해 자신의 전부를 던진다. 그래서 비둘기와는 달리 먹이가 없는 날에도 자유로운 새들은 그토록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의 인문학』중에서 
 

Patriarchal Cathedral Basilica of Saint 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