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오리엔트의 전통이 묘하게 혼합된 독특한 문화와 풍속을 자랑하던 베네치아는 1년의 거의 절반 동안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도시였고, 18세기에는 전 유럽의 귀족들이 향락과 휴식을 위해 찾는 인기 방문지이자 휴양도시였다......대표적인 베네치아 출신의 바로크 작곡가로 먼저 토마소 알비노니(Tomaso Giovani Albinoni 1671-1751)를 꼽을 수 있다. 알비노니 하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조건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대표작이 《아다지오Adagio in G minor》다.
정시몬《클래식브런치》 p.21 중에서
알비노니 아다지오 하면 암울했던 고3시절이 떠오릅니다. 아침 7시에 학교 가서 밤 11시 30분에 하교를 했습니다. 너무나 긴 시간을 학교에 있었어요. 도시락 2개에 간식까지 세끼를 학교에서 먹었어요. 당시 주말 아침 MBC TV에서 〈믿거나 말거나〉라는 다큐를 했었는데 어느 날인가 이런 방송을 하더라고요.
“아시아에 있는 어떤 나라 학생들은 아침 해 뜰 때 등교해서 자정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죠!!”
다행히 집이 가까웠던 저는 걸어서 다녔는데 자정 무렵 학교 정문을 나서면 앞산 기슭에 군락을 이루던 아카시아 꽃에서 질펀한 향기가 교문으로 물씬 밀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 가는 20여 분 동안 카세트플레이어로 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그 레퍼토리 중에 하나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였어요. 주식회사 성음(成音)이라고 클래식 전문 카세트 제작을 하던 업체에서 도이치 그라마폰의 라이선스를 받아 만들었던 앨범인데 담뱃갑모양에 그라마폰의 노란 딱지가 참 예쁘게 반짝이던 테이프였어요. 1982년인가? 카라얀이 베를린 필과 리코딩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고성능 크롬테이프로 돌비 시스템을 채택했다는 테이프는 제 아이와 카세트에서 혹사당하다 가고3이 끝나던 겨울 무렵 운명을 다하였습니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오르간과 현악기(특히 바이올린)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심장을 쿵쿵 치며 낮은 저음으로 다가온 오르간은 현악기와 교분을 나누다가 떠나고 연주 막바지 바이올린만 아련한 여운을 남기기며 사라집니다. 애절하면서도 감미롭다고 해야 하나요? 슬프지만 슬픔을 모두 풀어내지 않는 낙이불음(樂而不淫)하고 애이불상(哀而不傷)한 경지를 참 잘 표현한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e5JlhAyYhg
Giazotto: Adagio in G Minor "Albinoni's Adagio"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Albinoni: Adagio in G Minor
1984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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