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Piano Trio in A minor, Op. 50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1881년 3월, 차이코프스키(1840-1893)의 스승이자 혹독한 비평가였던 니콜라이 루빈시테인(1835-1881)이 파리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882년, 로마로 여행을 떠나고 거기서 여태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실내악 피아노 3중주를 작곡하여 고인을 추모합니다. 악기는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이지만 선율은 오케스트라가 생각날 정도로 유려하고 풍부하며 장엄하고 애상적입니다. 특히 2악장(동영상 연주 후 19분 18초)은 피아노가 20마디의 주제를 제시하고 곧이어 11개의 변주곡으로 이어집니다. 변주는 스케르초나 마주르카 등 다양한 악곡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감정을 폭발시키고 수렴하면서 고인을 회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피날레는 바닥끝까지 내려간 상실감, 체념, 슬픔이 숨 막히듯 고요하게 장송의 끝을 맺습니다. 동영상에서 젊은 세 연주자는 마치 루빈시테인이나 차이코프스키가 아니라 자신의 슬픔과 상심을 위로하는 떨림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피아노의 마지막 건반소리가 그치고서도 감정이 가라앉기까지 10여 초를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피아노 아슈케나지, 바이올린 이작펄만, 그리고 최근 세상을 떠난 첼로 린하렐. 30대 말 40대 초반 젊은 연주자였던 이들의 연주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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