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음악에서 가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형식이 조곡(suit), 혹은 모음곡인 듯해요. 바로크 시대 가장 중요한 형식 중의 하나입니다. 요즘에도 현악기와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이 많아서 가볍게 듣기에도 좋고요. 조곡은 여러 개의 짧은 춤곡을 한 곡으로 묶어 놓은 걸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실제로 춤을 췄겠지만 점차 감상을 위한 기악곡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 당시 유럽에도 오늘날 유행하는 디스코, 테크노, 힙합 같은 인터내셔널 한 리듬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G선상의 아리아 Air on the G String>도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BWV1068)의 2번째 곡으로 형식상 춤곡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느린 춤곡이니 옛날 디스코 음악 사이의 블루스 정도가 아닐까요?. 조곡의 특징은 전 곡이 하나의 조성으로 통일되어 있고 4~8개의 춤곡이 하나로 엮여 있다는 겁니다. 오늘날 현대 대중음악에서 성격이 다른 노래들을 통일된 형식의 한 장의 앨범으로 완성시키는 구성원리가 바흐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조곡에서 필수적인 기본악장은 다음 네 개로 구성되어 있어요.
1) 알르망드(allemande)
2) 꾸랑뜨(courante)
3) 사라방드(sarabande)
4) 지그(gigue)
알르망드는 독일, 꾸랑뜨는 프랑스, 사라방드는 스페인, 지그는 영국을 기원으로 하니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는 첨단 춤곡을 모두 끌어 모아놓은 샘입니다. 평생 독일 땅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바흐라도 유행감각만큼은 탁월한 듯합니다. 알르망드 앞에는 전주곡, 서곡, 신포니아. 토카타 등이 연주되었고 사라방드와 지그 사이에는 간주곡으로 미뉴에트, 가보트, 폴로네즈, 부레 등이 삽입되기도 했어요. 요정도 기본 지식만 있으면 어느 정도 모음곡이니 조곡이니 파르티나니 하는 형식의 곡을 감상하기에 무난할 듯해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 D단조(BWV 1004).
파르티타도 조곡의 일종입니다. 1악장 ‘알르망드’ 2악장 쿠랑트, 3악장 사라방드, 4악장 지그, 5악장 사콘느입니다. 특히 5악장 3박자의 샤콘느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느리고 장중하면서도 청아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깊이 스며듭니다. 길어야 2~3분인 춤곡에서 샤콘느는 무려 15분이 넘어요. 나머지 네 악장을 합친 것보다 깁니다. 쉽게 말해 15분 동안 무용수가 반주 없이 혼자 춤을 춰야 하는 것과 같아요. 연주자의 기량이 절대적인 악장이라 내로라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모두 도전하는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tHJv84o5oI
Clara-Jumi Kang
Bach, Partita No. 2 in D Minor, Chaconne, BWV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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