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앞 개 한 마리
정육점 앞에 개 한 마리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개는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 때문에 물러설 수도 없었고 정육점을 지키는 주인의 공포 때문에 정육점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멈추어 서 있는 개 한 마리. 너무나 인간적인 개 한 마리. 차라리 고기를 먹고 싶지나 않았으면 좋으련만 용기가 나지 않으니 욕망이 고통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치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만 있고 선뜻 용기를 내어 책상에 앉지 못하는 것처럼요. 사실 우리는 여러 번 정육점 앞에 서게 됩니다. 길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길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 따지고 보면 직장도, 가정도 다 정육점입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때로는 자신이 없어서 우리는 매번 정육점 앞에서 몸을 낮춘 채 꼬리만 휘젓고 있지는 않나요?
정육점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욕망을 접거나 용기를 내거나, 어느 쪽으로든 가지 않으면 우리는 개 한 마리처럼 서 있어야 합니다.
* < 고병권의 ‘푸줏간 앞의 개’라는 글을 각색함>
'일상의 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사 A씨 새벽 기도회를 가다 (3) | 2024.10.28 |
---|---|
어느 기독인 A씨의 고백 (2) | 2024.10.22 |
교회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1) | 2024.10.21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다 구라야 (0) | 2024.10.17 |
종교란 무엇인가? (2) | 2024.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