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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깨달음

눈물이란 무엇인가 - 공자의 눈물

by 하늘밑 2024. 10. 16.

눈물이란 무엇인가?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심장)에 있는 것인가? 눈에 있다고 하면 마치 물이 웅덩이에 고여 있는 듯한 것인가? 마음에 있다면 마치 피가 맥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인가? 눈에 있지 않다면, 눈물이 나오는 것은 다른 신체 부위와는 무관하게 오직 눈만이 주관하니 눈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있지 않다면, 마음이 움직임 없이 눈 그 자체로 눈물이 나오는 일은 없으니 마음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마치 오줌이 방광으로부터 그곳으로 나오는 것처럼 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저것은 다 같은 물의 유(類)로써 아래로 흐른다는 성질을 잃지 않고 있으되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마음은 아래에 있고 눈은 위에 있는데 어찌 물인데도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이치가 있단 말인가?”
심노숭 《눈물이란 무엇인가》,김영진 옮김, 태학사 2006-

공자의 눈물

< 어느날, 회식자리에서 만난 한 선생님과 논어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여정이 남아 편지를 쓰다>

선생님께서 논어강독에 참여하였다가 안회의 죽음을 슬퍼하는 공자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듣고 저도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공자의 유학사상을 공부한 사람보다 논어의 한 구절을 깊이 음미한 사람이 더 깊이 있게 공자의 사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선생님의 짠한 마음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조금 느낀 것이 있어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중용 8장과 논어 선진편을 보면 공자가 안회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이 나옵니다. 중용에서 공자는 안회를 두고 “안회의 사람됨은 중용을 가려서 하나라도 선한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마음에 품고 잃지 않는다”(回之爲人也, 擇乎中庸, 得一善則拳拳服膺而弗失之矣)라고 하였습니다. 안회는 공자보다 30살이 어린 제자였지만 중용을 가릴 줄 알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안회가 죽자 공자는 탄식하며 목 놓아 통곡합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였구나. 망하게 하였어”(噫, 天喪予, 天喪予)를 외치면서요. 공자가 탄식한 이유를 주자는 “도(道)가 전해지지 못하여 마치 하늘이 공자 자신을 망하게 한 것과 같이 슬퍼한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한자에서 ‘善(선)’은 ‘착함’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사실 동사로 ‘잘하다’의 뜻입니다. 안회는 ‘善(선)’을 명사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안회는 도가 있다면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안회(顔回)의 반신상

안회의 죽음을 슬퍼하는 공자를 보고 제자들은 스승의 통곡이 너무 지나침을 지적합니다. 그러자 공자는 “내가 안회를 위해 슬퍼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 슬퍼하겠느냐?”(非夫人之爲慟而誰爲)”라고 일축합니다. 제자들은 절제가 중용이고 예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승의 행동이 평소 가르침과 다르다고 보고 따지고 들었습니다. 제자들은 안회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슬퍼해야 ‘性情(성정)’이 올바른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공자의 마음을 뒤늦게 감지한 제자들이 이번에는 안회의 장례를 후하게 치르겠다고 나섭니다. 공자는 옳지 않다고 하며 만류합니다. 장례에 쓰는 도구는 가세(家勢)의 있고 없음에 맞추어야 하는데 변변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一簞食一瓢飮(일단사일표음)] 몸소 도를 실천한 가난한 제자 안회를 위해 후하게 장사를 지내면 이는 안회의 삶을 욕되게 하고 이치에도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결국 스승의 뜻을 거스르고 후한 장례를 치르고 맙니다. 공자는 그런 제자들의 행동을 또 한 차례 나무랍니다. “안회는 나를 아버지처럼 여겼는데, 나는 안회를 자식처럼 보지 못했구나”(回也 視予猶父也, 予不得視猶子也) 자책하면서 말입니다.

공자에 대한 평가는 지난 2500년 동안 호불호가 엇갈립니다. 그중 일부는 공자를 계급의식이 투철한 봉건주의의 잔재로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공자는 형식주의와 허례허식을 거부했습니다. 예의 정신을 강조했고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 슬퍼했으면 그의 장례와 무덤을 소박하게 하여 생전의 뜻을 지켜주고자 했습니다. 안회 같은 제자를 만나 이십 여년을 함께 보내고 그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공자의 마음을 조금만 이해했다면 선생님처럼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저는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안회와 같은 제자를 둔 스승이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공연한 설을 풀어놓지 않았나하여 저어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