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윈스턴, 뉴에이지 음악
조지윈스턴(George Winston)의 디셈버, 뉴에이지 음악 하니까 생각납니다. 예전에 낮은 울타리의 대표를 했던 신상언씨가 교회에 침투한 대중문화의 함정을 고발한다며 뉴에이지 음악을 강하게 비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도 출판하고 교회 강연도 하고 난리였습니다. 뉴에이지 음악은 제가 이해하기론 대부분 자연과 우주, 내적인 깨달음을 피아노나 신디, 어코스틱 악기로, 후기낭만주의적 감성을 담아 풀어낸 곡들이었습니다. 태교 음악으로도 좋은 그야말로 경음악이었죠. 교회는 이런 음악을 영적인 부작용과 정신질환을 일으킨다, 범신론과 신비주의에 빠져있다 하면서 가치를 무지 깎아 내렸습니다. 전 그때 뉴에이지의 쇼팽이라고 불리던 앙드레가뇽(Andre Gagnon)의 앨범을 시디가 닳도록 듣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바다 위의 피아노(Un Piano Sur La Mer)’는 지금 들어도 참 좋습니다.
당시 교회가 촉을 세워 비판하던 악의 수장이 바로 조지윈스턴이었습니다. 80년대 중반부터 인기가 엄청났습니다. 교회다니는 얘들이 경배와 찬양 안 듣고 죄다 크롬 테이프로 디셈버를 듣고 있었거든요. 우픈 사실은 조지윈스턴이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고 자신의 음악이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것을 무지 싫어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뉴에이지 음악 반대론자들이 요즘 교회음악에 락과 힙합까지 들어온 걸 알았다면 교회가 사탄의 왕국이 되었다고 까무러칠 겁니다. 기억하기로는 비틀즈도 엄청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틀즈 음악에 반사회적이고 반기독교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죠. 비틀즈가 영국을 비롯한 미국에서 그렇게 인기 있었던 것은 1960년대 히피문화가 사회전체를 지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틀즈의 음악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리가 없는 것이죠. 당시 제 친구 중에 하나는 비틀즈의 ‘Let it be’에 반기독교적 메시지가 있다면서, 절대 들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이라는 가사에서 ‘Mother Mary’가 왜 나오냐는 것이지요 ‘Jesus comes to me’라고 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참 고루한 집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 속으로 그랬습니다. “싫으면 너나 듣지마!”
당시 저도 교회를 열심히 다녔지만 복음성가 수준이라는 게 참 단순한 코드의 나열이었습니다. 일부 장로교회에서는 청바지를 입거나 교회에서 기타나 드럼을 치는 것도 금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나오고 마돈나가 나오던 때였는데 교회만 오면 참 부를 노래가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1980년대 이후 마라나타 싱어즈나 호산나 인테그러티 뮤직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자 앞다투어 한국의 여러 선교단체를 필두로 번역곡을 쏟아내었을까요.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실로암 내게 주심을’만 처량하게 부르다가 ‘As the Deer 목마른 사슴 시냇물을 찾아’ 같은 매우 세련된 작곡의 CCM을 접하게 되었으니까요.
뉴에이지 음악은 80년대 말 다방에서 카페로 넘어가고, 뢰벤호프에서 돈가스 먹는 게 꿈이었던 시절에 세미 클래식한 분위기로 젊은 세대를 끌어당겼습니다. 뉴에이지 음악을 시대의 망조라고 반대하던 당시 사람들은 지금 누구나 명곡이라고 일컫는 드뷔시의 ‘달빛(Clair deLune)’이나 에릭사티의 ‘짐노페디(Gymnopedies)’를 듣고서 뉴에이지의 원조가 여기 있네라고 하면서 귀를 씻었을 겁니다. 참 그때는 답답한 시절이었습니다.
교회가 대중음악을 비판하려면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실력이나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꼰대처럼 이건 안돼, 저건 안돼만 외쳤던 것이지요. 뉴에이지에 너무 강한 종교적인 의미를 부연한 것도 그렇지만 본질은 음악이 문제가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더 문제였던 것입니다. 지금은 김광민의 ‘학교가는길’, 이루마의 ‘키스 더 레인’, 전수연의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등의 곡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나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까지 뉴에이지로 분류될 것 같은 음악들이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로 클래식과 어울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든 좋은 음악은 살아남는 것이지요. 조지윈스턴의 디셈버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n9bhGjC1Q
'음악과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 Is A Youth! 『Romeo and Juliet (1968)』 (1) | 2024.12.28 |
---|---|
류이치 사카모토 ‘merry Christmas Mr. Lawrence’ (2) | 2024.11.28 |
클래식 작품번호 (4) | 2024.10.30 |
브람스의 인터메조 (5) | 2024.10.29 |
바흐 브란덴부르크협주곡5번(BWV 1050) (2) | 202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