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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인생

조수아의 연주를 보고 나서

by 하늘밑 2024. 10. 22.

첼로와 활, 수아의 몸이 참 잘 어우러진 무대였습니다. 유튜브에서 첼로 콩쿠르 연주를 보다 보면 활을 잡은 손과 첼로와 연주자의 몸이 어색해 보이는 때가 많은데 수아는 그게 하나도 없더군요. 활 위에 얹은 손이 자연스럽고 긴팔이 어깨와 함께 첼로를 감싸듯 우아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연습을 정말 많이 했구나 싶었습니다.

Mstislav Rostropovich & Carlo Maria Giulini / Dvorak: Saint-Saens: Cellokonzerte / 1978년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은 첼로 연주자라면 누구나 욕심을 내는 곡입니다. 너무나 유명하죠. 저도 대학교 1학년 학교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때 외국 연주자의 협연으로 곡을 감상하고는 곡에 빠져서 EMI 레이블에서 나온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 CD를 바로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가끔 꺼내 들어요. 세상을 떠난 거장이 그리워집니다.
 
곡은 처음 시작할 때 피아노가 8분음표를 포르테로 꽝 치면 반 박자 쉬고 바로 첼로의 주제선율이 이어져요. 도발적인 시작이라 연주자의 내공이 바로 드러납니다. 연주자는 왼손을 높은 미에서부터 셋잇단음표 4개를 연속적으로 급하게 미끄러지듯 내려받으며 파음에서 3박자를 멈춰요. 지판에 손가락을 세워야 하는 연주자의 왼손이 바빠요. 이때 스타카토, 비브라토가 필수입니다. 오른손 활은 낮은 미에서 8분음표로 공을 트래핑하듯 받아 4분음표의 긴장감 있고 중후한 저음으로 받쳐줍니다. 폭포수에서 물이 떨어져 내려와 지면에 부딪힌 다음에야 겨우 속도가 멎어 제 흐름을 찾아가는 격입니다. 이걸 계속 반복하는 것이 1악장 도입부입니다. 왼손은 계속 반음씩 변화를 주기 때문에 주제선율이 계속 변합니다.
 
수아가 이걸 해내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한 음 한 음에 집중하기보다는 파도가 밀려오듯이 첼로의 선율에 몸을 맡기더군요. 수아가 오른손 활을 크게 한 바퀴 돌리는 포즈는 언제 오케스트라를 이어받아 들어갈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아직 어려서 첼로의 풍부한 음색을 여유 있고 묵직하게 유지하는 것은 조금 어려워 보였어요. 가냘픈 아이가 이렇게 첼로를 자기 몸처럼 감싸고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해 보입니다.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 알레그로 논 트로포(Allegro non troppo)의 의미를 수아는 어떻게 이해하고 연주했는지 궁금하네요. 수아에게 무한한 발전이 있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9SHbi5_qMz4

C.Saint-Saens Concerto for Cello No.1 in a minor, Op.33 /생상 첼로 콘체르토 1악장 / (조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