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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인생

바흐 브란덴부르크협주곡5번(BWV 1050)

by 하늘밑 2024. 10. 23.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목 페이지
<브란덴부르크협주곡 5번>으로 옮겨가며 이제 우리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한 1악장과 마주하게 된다. 일단 오케스트라의 힘찬 전주 뒤에 이어지는 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정겨운 대화다. 이외에도 하프시코드가 제3의 독주 악기로 대화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존재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주도하고 하프시코드가 들러리로 끼여 만들어 내는 다정한 교차선율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그러다가 오케스트라가 다시 바이올린과 플롯의 주제를 넘겨받는 식으로 악장이 마무리되었어도 분명 훌륭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의외의 반전이 벌어진다. 갑자기 바이올린, 플루트는 물론 오케스트라 전체가 완전히 침묵모드로 접어들면서 그때까지 분위기 조성 정도에 그쳤던 하프시코드의 음향이 홀로 화려하게 전면에 등장하는 것 아닌가! 이후 몇 분간 다른 어떤 악기의 간섭도 허락하지 않는 하프시코드의 원맨쇼, 즉 카텐차가 폭발적인 포스로 펼쳐진다. 이 부분은 당대 최고의 건반 연주자이기도 했던 바흐의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며 선율과 화음을 함께 구사하는 건반악기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때 하프시코드는 앞서 바이올린과 플루트가 담당하던 주제의 변주를 푸가형식으로 연주하는데 그 변주는 약간 숨 가쁜 박자로 이어지는 촘촘하기 그지없는 아르페지오 장식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해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비교적 단순하고 분명한 선율로 표현했던 주제가 하프시코드에 의해 힘차고 발랄한 화음의 파도로 변하는 것이다. 긴 1악장 뒤에는 비교적 짧은 2악장이 잠시 분위기를 안정시키며, 3악장은 무곡 지그 형식 속에 바이올린, 플루트, 하프시코드가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흥겨운 분위기로 경쾌하게 시종한다.
정시몬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5번> 감상 중에서 


글을 읽으니 20분도 안 되는 <브란덴부르크협주곡 5번 D장조, BWV1050>을 저자는 참 꼼꼼하게도 들었구나 싶습니다. 덕분에 저도 이 곡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브란덴부르크 다른 협주곡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선율이 밝고  경쾌하고 정교하게 짜인 화성(대위법)이 인상적입니다. 귀에 콕 들어오는 극적인 킬링파트 없이도 울적한 기분을 달래주기에 충분합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합주 협주곡>이라는 형식으로 작곡되었습니다. 합주 협주곡이란 바로크 시대 특유의 기악 협주곡 양식으로, 두 개 이상의 악기에 의한 독주 악기군(Concertino)이 하프시코드를 포함한 현악 합주군(Tutti)과 여러 주제들을 서로 응답하면서 음악을 전개해 나가는 형식을 말합니다. 이 협주곡은 바흐의 탐구정신의 역작으로,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최고의 예술의 경지로 실현한 작품입니다. 바흐는 이 협주곡들을 통해 매우 독특하고 자유로운 악기편성과 변화무쌍한 형식을 보여줍니다.
 
* 1악장 Allegro D장조. 바이올린, 플루트, 하프시코드 세 개의 독주악기가 등장합니다. 투티(총주)라고 전 연주자가 합주하다가 독주악기에게 연주를 넘기고 다시 투티로 이어집니다. 이때 조바꿈을 하여 변화를 주고, 다시 독주악기가 연주하고 그다음 새로운 조로 시작하고. 계속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화성이 쌓여갑니다. 이러한 형식을 ‘리토르넬로’라고 하더군요. <사계>도 이런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학교 음악시간에 비슷한 말로 ‘론도’형식을 배운 적 있는데 리토르넬로가 처음과 마지막 것을 제외하고 재현될 때마다 조성이 바뀐다는 점에서 론도형식과는 차이가 있어요. 바흐가 꿈꾼 음악은 조화와 균형, 그리고 변형과 발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시몬이 ‘폭발적인 포스’라고 한 건 다소 과장인 듯 하지만 1악장 말미 약 3분가량을 하프시코드가 카텐차 독주를 하는 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 2악장 Affettoso B단조. 바이올린, 플루트, 하프시코드 세 개의 독주악기로 약 5분간 아름답게 연주합니다. 잘 들어보면 일정한 선율이 무한 반복해요. 옛날 스페인 춤에서 유래한 ‘파사칼리아’ 형식의 변주곡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조 위에서, 반복되는 주제에 따라 변주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바로크 시대에 널리 유행했다고 합니다.  
 
* 3악장 Allegro D장조. 골드베르그변주곡에서도 나왔던 수미쌍관 A-B-A의 다 카포 형식이 또 나옵니다.  주제성부를 모방하며 화음을 쌓아가는 푸가와 1악장의 리토르넬로 형식이 혼합되어 있고 정시몬의 말처럼 주제는 무곡인 지그 형태입니다. 악장의 중간부는 변주적인 선율로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https://youtu.be/UY1u6ktlgKY?si=w-pX7Ur9VasRTidA

 

Bach: Brandenburg Concerto No. 5 in D major, BWV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