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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깨달음

하늘은 말하지 않는다

by 하늘밑 2024. 10. 14.

하늘은 말하지 않는다

 

子曰: “予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논어 양화편』

 

공자가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지 않으면 저희들이 무엇을 전술하겠습니까?”

공자가 말씀하였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시더냐? 사계절을 운행하고 만물을 낳았건만, 하늘이 무슨 말을 하시더냐?”

 

사계절의 변화나 만물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굳이 신에게 기도하지 않아도, 자기계발서를 탐독하지 않아도 하늘의 이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퇴계는 일찍이 “도는 형상이 없고 하늘은 말이 없다(道無形象,天無言語)”<進聖學十圖箚>라고 하였으나 하늘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지 않을 뿐 무언의 언어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자신이 뜻을 이루며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공평하다. 하늘은 인간의 사적인 이익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만물의 균형과 조화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만이 신기지물(神機之物)의 운(運)으로 태어나 천도(天道)를 거스르려 할 뿐이다. 자공은 가르침을 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진리를 깨달아야 하는 곳으로 올라서지 못하였다. 공자가 탄식한 이유다. 예수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는 무리에게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 한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공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하늘이 돕지 않더라도 탓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하늘은 스스로를 돕지, 사람을 돕지 않는다. 혹시나 일이 잘 풀렸다면 천운(天運)이라 생각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노력한 과정은 남아 있으니 이미 보상을 받았다 여기면 좋을 것이다.

 

하늘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뭘까? 기도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방식이다. 기도는 일체의 멈춤이다. 기도는 자기중심적인 욕망에서 벗어나게 하고 하늘의 섭리를 깨달아 두려움을 없앤다. 인내와 실천은 자족의 삶을 경험하게 하고 각성과 용기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獲罪於天, 無所禱也)”『논어 팔일편』라고 한 공자에게 기도란 예에 맞게 행하며 천명을 따르는 것이었다. 예수는 어떤가? 예수의 기도는 겟세마네 동산에 멈춰 있지 않았다. 예수의 삶 전체가 한 편의 간절한 기도였다.

 

이 땅에 오신 구세주 예수님

우리 마음 안에 오신 예수님

침묵의 말씀이신 당신 앞에

더 이상 무슨 말씀 아뢰오리까

 

이해인 「침묵의 말씀이신 당신 앞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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