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장자의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살아오며 성찰과 반성의 삶을 지나치게 지향했다는 점이다. 기독교와 유가적인 틀에 갇혀 자란 환경, 너무나 촘촘한 칸트의 윤리의식이 견고해서 그것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세상에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있고 사람이면 누구나 그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이 진정 가당한 말이었나? 모두가 관점을 절대시하는 도그마일 뿐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맹목적 추종으로 이어지고 삶을 피폐하게 한다. 수많은 인간관계의 그물 속에서 무수한 ‘지금, 이 순간’이 사라진다. 자신을 후벼팔 시간에 잠을 더 자고 먹고 싶은 음식을 더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게 오히려 나았다.
우리가 상대하는 대부분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세상과 관련된 우리의 생각이다. 욕망을 분출하고 분노를 쌓으며 타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소모하는 감정이 얼마나 소모적인가!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직면하는 고통과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대로 끌어안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있고 싶어 하는 곳에서, 최대한 있고 싶은 방식대로 존재해야 한다.
“후회는 덕이 아니다. 즉 이성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행위를 후회하는 사람은 이중으로 불행하거나 무능력하다. 최대의 교만 또는 최대의 자기 비하는 자신에 대한 최대의 무지다.”
스피노자, 『에티카 제4부』
“이제는 이것이 나의 길이다. 너희들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내게 길을 묻는 자들에게 이렇게 대꾸해 왔다. 왜냐하면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재주있는 자는 수고롭고 지식이 있는 자는 근심이 많다. 오히려 무능한 자가 괴로울 일도 없고 배불리 먹으면서 유유히 논다. 마치 묶어 놓지 않은 배처럼 둥둥 떠다니고 마음을 텅 비워 놓는다.”
장자, 『장자 열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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