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뒀다가 봉준호의 기생충을 드디어 관람했다.
전율이 느껴지더구만. 살인의 추억에서도 그랬는데. 물난리 장면은 압권이야. 나도 초등학교 입학전 5가족이 단독주택 반지하에 세들어 살았었는데 어느 해인가 물난리가 난 적이 있었거든. 빨간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퍼내다 주인집 아저씨가 이러다 큰일난다고 빨리 피하라고 해서 물 퍼내기를 포기하고 가족모두가 하천변 빌딩의 계단으로 피난을 갔었지. 집에서 뭐 들고나올 것도 없었어. 빈 몸으로 어디 갈데도 없고그러나 높은 건물을 찾은거지. 아버지 등에 엎혔었는데 물이 아버지 가슴까지 차오르더라구. 그 때 내 발목을 적시던 누런 물의 느낌이 영화보다가 되살아났어. 날은 저물고 비는 오고, 집은 잠기고..영화보면서 그 때 기억이 어찌 그리 선명하게 떠오르는지. 그 땐 우리 집이 가난한 지도 몰랐어.ㅋㅋ 봉준호 영화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광기가 디테일하게 드러나. 그 광기를 헛웃음나오게 표현하는 것은 아마 봉준호의 삶에 대한 리스펙트이고 경외심인가? 말도 안되는 현실은 절망을 넘어 삶을 건조하게 받아들이게 해. 웃음이 나오는 거지. 그걸 마주하기가 불편해서 개봉당시 보려다가 차일피일 미뤘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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