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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그 무엇

봉준호의 "기생충"

by 하늘밑 2024. 10. 14.

미뤄뒀다가 봉준호의 기생충을 드디어 관람했다.

 

전율이 느껴지더구만. 살인의 추억에서도 그랬는데. 물난리 장면은 압권이야. 나도 초등학교 입학전 5가족이 단독주택 반지하에 세들어 살았었는데 어느 해인가 물난리가 난 적이 있었거든. 빨간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퍼내다 주인집 아저씨가 이러다 큰일난다고 빨리 피하라고 해서 물 퍼내기를 포기하고 가족모두가 하천변 빌딩의 계단으로 피난을 갔었지. 집에서 뭐 들고나올 것도 없었어. 빈 몸으로 어디 갈데도 없고그러나 높은 건물을 찾은거지. 아버지 등에 엎혔었는데 물이 아버지 가슴까지 차오르더라구. 그 때 내 발목을 적시던 누런 물의 느낌이 영화보다가 되살아났어. 날은 저물고 비는 오고, 집은 잠기고..영화보면서 그 때 기억이 어찌 그리 선명하게 떠오르는지. 그 땐 우리 집이 가난한 지도 몰랐어.ㅋㅋ 봉준호 영화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광기가 디테일하게 드러나. 그 광기를 헛웃음나오게 표현하는 것은 아마 봉준호의 삶에 대한 리스펙트이고 경외심인가? 말도 안되는 현실은 절망을 넘어 삶을 건조하게 받아들이게 해. 웃음이 나오는 거지. 그걸 마주하기가 불편해서 개봉당시 보려다가 차일피일 미뤘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