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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하루일기

2026 1월 21일 - 글 잘 쓰는 비결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by 하늘밑 2026. 1. 21.

글 잘 쓰는 비결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을 써서 유명해진 김정선 작가가 있다. 그분은 전업작가이기 이전에 오랜 기간 출판사의 외주 교정자로 비문이나 문장의 순서를 바로잡는 일을 해 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자신만의 철학이 생겼다.
 
그는 글쓰기를 소통의 언어이자 철저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나만의 언어를 독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모두의 언어로 바꾸는 ‘번역’이고, 동시에 ‘타협’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 100%를 그대로 쏟아내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조절하는 일이다. 글쓰기는 축구나 수영처럼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고쳐야 는다.
 
교육 수준이 높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인생 경험이 많다고 문장이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다. 머릿속에 생각은 가득한데 막상 쓰려고 하면 손이 멈춘다면 대개는 재능 부족이 아니라 기술 부족이다. 글은 쓸수록 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글쓰기는 그냥 ‘취미’일 때는 괜찮은데, ‘일’이 되는 순간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일이 될 것이다. 써야만 해서 쓰는 것이 글이라면 안 쓰는 것만 못하다. 우리는 대부분 기자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다. 그냥 글을 쓰고 싶을 뿐이다. 유명작가들도 마감을 앞두고 원고와 씨름을 한다. 글로 평생 먹고사는 사람들도 쓰기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명문장이 자동으로 완성되어 튀어나오지 않는다. 인공지능이라면 모를까 그런 기능은 아직 인간에게 탑재되어 있지 않다.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렵고, 외롭고, 혼자 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덜 괴로울까. 내가 찾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아니고, 책을 내서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내가 읽었을 때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돈과 같은 어떤 목표를 두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글쓰기는 곧 노동이 된다. 이상하게도 그런 글은 남이 읽고 재미있어하거나 감동을 받지도 못한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굳이 추천받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누군가 칭찬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처럼 말이다.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우선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을 메모하듯 빠르게 쓴다. 맞춤법, 문단 구성, 논리 흐름은 잠시 휴가를 보낸다. 쓰고 싶을 때 되는 대로 쓰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에 이야기를 덧붙인다. 한 번에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 누가 마감 독촉을 하는 것도 아니니 조급해할 이유도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읽고 조금씩 고친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이 따로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내가 재미있게 쓴 글이어야 남도 재미있게 읽는다는 건 확실하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삶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그렇게 쓴 글 하나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누군가와 연결되고, “이 글 좋네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그건 아마 가문의 영광까진 아니어도 하루 종일 기분 좋아지기에 충분한 보너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