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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하루일기

2026 1월 13일 -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by 하늘밑 2026. 1. 13.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오후부터 눈이 내렸다. 바람을 타고 흩날린 눈송이가 후드티 속으로 파고들었다. 우산이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차가운 눈발이 볼에 닿아 체온을 빼앗았다. 불쾌하지 않다. 상쾌하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진다.

날씨는 원래 그렇다. 매일 화창하기만 하다면 오히려 숨이 막힐 것이다. 바람 부는 날도, 비 오는 날도, 흐린 날도 있어야 한다. 우리의 감정도 다르지 않다.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감정은 다양할수록 좋다. 감정은 자극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기쁨이든 우울이든, 지금 내게 와 있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일이 중요하다. 그 감정과 교감하되, 나 자신과는 분리해야 한다. 감정은 나 자체가 아니다. 날씨처럼 머물다 지나간다. 나와 감정을 동일시하지 않을 때, 감정은 비로소 제 역할을 마친다.

예를 들어 화를 잘 내는 것은 내가 그런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화라는 감정을 놓아주지 못하고 계속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눈이 온다고 해서 누구도 눈이 며칠씩 계속 내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잘 머물렀다 잘 가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즐거우면 즐거운 채로, 우울하면 우울한 채로, 슬프면 슬픈 채로 잠시 자신을 놔두자.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