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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하루일기

2026 1월 12일 - 화이부동(和而不同)에 대하여

by 하늘밑 2026. 1. 12.

화이부동(和而不同)에 대하여

 
논어(論語) 자로(子路) 23장에서 공자는 ‘君子(군자), 和而不同(화이부동), 小人(소인), 同而不和(동이불화)’라고 하였다. 군자는 조화[和]를 추구하되 같아지려[同] 하지 않고, 소인은 같아지려 할 뿐 조화[和]를 이루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일부 번역본에서는 같아진다[同]는 말을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는 성어로 풀이하기도 했다. 주자는 이 부분을 설명하길 ‘和(화)’는 거스르고 어기는 마음이 없는 것이고, ‘同(동)’은 아첨하고 빌붙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우리말로 쉽게 말하면 군자는 타인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타인의 의견에 쉽게 동화되지 않고, 소인은 타인의 의견에 쉽게 동화되어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같아진다는 것은 획일적인 생각에 무분별하도록 순응함을 말한다.
 
역대 주석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和(화)와 同(동)은 분명 대립 개념이다. 논어에는 和而不同처럼 ‘A而不B’로 표현하는 구식이 많이 나온다. A는 사람들이 바라는 특정한 긍정적 가치를, B는 이러한 긍정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함정과 과도함을 나타낸다. 풀이를 하자면 ‘A를 추구하지만 B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A는 B와 대립개념이 아니다. B는 A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A가 넘쳐 B가 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예가 그러하다. 
 
威而不猛(위이불맹): 위엄이 있으나 사납지 않다.
欲而不貪(욕이불탐): 하고자 하나 탐하지 않는다.
泰而不驕(태이불교): 태연하나 오만하지 않다.
惠而不費(혜이불비): 은혜로우나 허비하지 않는다.
樂而不淫(낙이불음): 즐기나 음탕하지 않다.
 
그렇다면 ‘和而不同(화이부동)’, 즉 ‘조화를 추구하지만 같아지려 하지 않는다’는 말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아짐을 추구하다’는 말이 아니라 ‘획일성이 없는 조화’를 추구한다는 말이다. 같아짐의 전제가 다르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생각의 유사한 점이 다른 점보다 많다면 차이점을 존중하면서 공통점을 찾는 것이 조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나의 획일적인 방식으로 흡수되어 나타나는 하나됨이 아닌 것이다. 반대로 두 사람의 생각이 유사한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고, 그 차이가 본질적으로 적대적이라면 조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획일성 없는 조화’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같아짐에 획일성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조화는 결코 자신을 잃지 않는다.
 
송나라의 소식(蘇軾)은 『춘추좌씨전』을 인용해  ‘화(和)’는 국에 간을 맞추는 것과 같고, ‘동(同)’은 물에 물을 더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조화란 요리에서 서로 다른 재료와 양념이 어우러져 맛을 이루는 것이다. 다양성의 차이가 유지된 상태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조화이다. 겉보기에 불완전해 보이는 조화로운 연대가 오히려 하나됨인 것이다. 의견의 100% 일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일이다. 서로 다른 10%의 의견이 적대가 아니라 공생의 관계로 연결될 때 그 합이 비로소 100%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