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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하루일기

2026 1월 9일 - 3·3 자리에 돌을 두면 인생이 망할까

by 하늘밑 2026. 1. 9.

3·3 자리에 돌을 두면 인생이 망할까

 
바둑기사들은 종종 바둑을 인생에 비유한다. 형세를 읽는 판단, 승부수를 던질 타이밍, 남의 수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수를 두는 태도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 길을 찾아가는 인생과 닮아 있다. 그런 바둑계에 지난 몇 년간 폭풍이 몰아쳤다.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바둑에는 ‘3·3 침입’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말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었다. ‘3·3 침입’이란 상대가 화점에 돌을 두었을 때, 좌표상 3·3이 되는 지점에 곧바로 침투하는 수를 말한다. 전통적인 바둑에서는 초반에 이런 수를 두는 것이 거의 금기에 가까웠다. 귀자리는 얻을 수 있지만, 상대에게 바깥 세력을 두텁게 쌓아주게 되고 결국 중앙으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막기 때문이었다. 3·3 자리는 바둑역사상 누구나 피해야 할 자리가 분명했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 금기를 아무렇지 않게 넘었다. 균형과 흐름을 중시해 온 인간의 포석 감각을 무시하고, 오직 승률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기준으로 3·3 자리에 돌을 놓았다. 망설임은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명확했다. 바둑의 흐름을 주도했고 승리는 알파고의 몫이었다.
 
그 이후 바둑계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3·3 자리는 더 이상 위험한 악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기원에서는 인공지능이 제시한 최선의 수를 기보로 삼아 학습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포석의 질서 자체가 재편되었다. 알파고는 단순히 몇 판의 대국을 이긴 것이 아니었다. 바둑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인생이 바둑과 닮아있다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세상은 이제 ‘잘 적응하는 사람’만으로는 버텨낼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알파고의 창의성은 새로운 기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믿어온 금기를 의심하는 태도에서 시작되었다. 좌표 하나를 바꾸는 것으로 초반의 판 전체를 다시 짠 것이다. 오래된 믿음과 확신은 그것이 아무리 선해 보여도, 지키려 할수록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 있다. 알파고는 감정이 없으니 이런 선택을 쉽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인 나는 다르다. 세상에 적응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넘어서는 첫 발걸음이 더 두렵다.
 
스스로 묻게 된다. 3·3 자리에 돌을 두면 인생이 망할까? 아무도 답을 주지 않는다. 그냥 살아도 된다고 한다. 인생에 화점만 따라가도 큰 탈이 없어서다. 남들이 만든 질서 안에서 안정감은 느낄 수 있겠지만 그 판은 늘 남의 것이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은 늘 3·3 자리에서 벌어진다. 너무 이르고, 너무 작아 보이고, 너무 위험해 보여서 누구도 권하지 않는 자리. 거기에 돌을 두느냐 마느냐가 이후의 형세를 바꾼다. 그 수가 옳으냐 그르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책임의 소재일 뿐이다. 바둑판이라는 인생 위에 나만의 수를 두었느냐가 핵심이다.
 

전자신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