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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하루일기

2026 1월 5일 - 제육볶음 만들기

by 하늘밑 2026. 1. 5.

제육볶음 만들기
 
한우면 우초리 동네 정육점. 제육볶음용 앞다리살 600그램. 가격은 16,000원. ‘세일’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좀 비싸다 싶어 망설임. 내 눈의 떨림을 귀신같이 알아보는 주인 아줌마. “먹어봐요. 맛있어서 좀 비싼 거예요.” 천사의 목소리, 입담과 미소. 여기에 파채 한 줌을 슬쩍 얹어주는 센스. 더는 저항할 명분 사라짐. 기분 좋게 카드 결제 완료.
 
커다란 스텐볼 꺼냄. 진간장 두 숟가락, 고춧가루 두 숟가락, 고추장 한 숟가락, 다진 마늘 두 숟가락, 내 마음 닮은 하얀 설탕 한 숟가락. 여기에 소고기 다시다 몰래 티스푼 하나. 완전범죄 느끼한 미소 한 번. 후추는 최현석 셰프 소금 뿌리듯 마름모 모양으로 네 꼬집. 앞다리살을 볼에 훌훌 풀어놓고 양념장 얹은 후 조물조물 손맛. 그렇게 30분 방치, 고기에게 맛있어질 시간 주기.
 
여기서 상식하나. 고기를 양념에 숙성시키면 돼지불고기, 고추장 양념에 재우지 않고 굽기 직전에 버무려 구우면 주물럭, 고기를 볶은 뒤 고추장 양념을 가미한 물이나 멸치 육수를 넣어 끓이거나 조리면 두루치기. 그런데 내 눈에는 모두 돼지볶음.
 
앞다리살은 지방이 적어. 팬에 식용유 한 숟가락을 먼저 둘러 달군 후, 대파대신 정육점에서 받아온 파채를 듬뿍 넣어 파기름 내기. 파향이 질펀하게 올라오면 양념 고기 투하. 비엔나 소시지 넣기는 눈물을 머금고 절제.  양파, 청양고추 채 썰어 넣기. 주저함 없이 중불과 중강불 사이 쉼 없이 볶기. 이~븐하게 볶아야 함. 뻑뻑하면 물 한 두 숟가락 슬쩍 넣기.
 
참기름은 끝까지 참음. 조리 중에 넣으면 향이 도망감. 절정의 순간. 화룡점정 참기름 두 숟가락을 휘이 둘러주고 불 끄고 통깨 톡톡. 코에 제육의 향이 가득함. 팬에 가득 제육볶음 해 놓고 운동 다녀옴. 아들놈이 거의 다 먹어버림.  흑백요리사 쓰리스타 셰프 안성재의 환청이 들림. 요리는 정직해야 합니다. 맛있는 음식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들놈이 맛있게 먹었다니 탈락은 면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