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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하루일기

2026 1월 1일 - 새해가 밝았다

by 하늘밑 2026. 1. 1.

새해가 밝았다.

마실 겸 뒷산에 올랐다. 흙길을 따라 십여 분을 걸어 암사봉에 이르자, 날개처럼 펼쳐진 콘크리트 사장교 너머로 한강의 풍경이 시원하게 열렸다. 쪽빛 하늘 아래 시선은 남양주 평내를 지나 천마산 자락까지 미쳤다. 그 순간 겨울 햇볕에 눈이 시리듯 아려왔다. 그제야 한참 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감각 하나쯤은 자연스레 무뎌지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 혼자 웃음이 나왔다.

시간은 참 빠르다. 어제는 이미 지나 과거가 되었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신비다. 그래서일까. 새해에는 하루씩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을 앞당겨 살지도, 어제를 붙잡고 머물지도 말고, 오늘이라는 하루에만 발을 딛고 서 있기로.
 
조선후기의 문인 이용휴(李用休, 1708~1782)는 「당일헌기(當日軒記)」에서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무엇인가를 하려면 당일이 있을 뿐이다. 지나간 날은 다시 돌이킬 방법이 없고, 아직 오지 않은 날은 비록 3만 6천 날이 이어서 오더라도 그날은 그날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이튿날 일에까지 미칠 여력이 없다.(昨日已過, 明日未來, 欲有所爲, 只在當日. 已過者, 無術復之, 未來者, 雖三萬六千日相續而來, 其日各有其日當爲者, 實無餘力可及翌日也.)”라고 하였다. 그는 힘쓰지 않은 날을 ‘공일(空日)’이라 했다. 글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대는 모쪼록 눈앞에 환히 빛나는 하루를 공일로 만들지 말고 당일로 만들라.(君須以眼前之昭昭者, 不爲空日而爲當日也.)”
 
누구는 내게 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떻게 꿈이 없을 수 있겠는가.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면 꿈도 함께 무너진다. 반대로 일상이 굳건히 버티고 서 있으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성실히 살아낸 자리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다.

올해는 시간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앞서 달리지도, 뒤돌아보며 주저앉지도 않고, 눈앞에 주어진 하루를 당일로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