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 로슬링, 『팩트풀니스 FACTFULNESS』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불편하지 않은 진실
자고 일어나면 쏟아져 나오는 부정적인 경제전망과 어수선한 정치현실에 숨이 막힌다. 전망 그대로라면 한반도는 위기상황이고 당장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불완전한 국제정세와 정치적 갈등에 전쟁이 일어나야 맞다. 그러나 굳이 역사를 되짚어 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급진적 변화가 피부에 느껴지지 않았을 뿐 분명 나아지고 있다. 국민이 단합하여 전 세계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내란의 밤을 이겨내지 않았던가. 꼭 그런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세상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100억이 안 되는 인류는 세계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편견과 오해에 빠져있다.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본능적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은 본능적 사고방식을 10가지로 나누어 제시하고 각각이 어떻게 우리의 세계관을 왜곡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사회과학서적이 대부분 부정적인 전망과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라면 이 책은 세상이 우리의 노력으로 점점 나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미래를 따뜻하게 전달한다. 재미있게 교양으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지만 무게감있게 읽어야 할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국제 보건 교수, 그리고 교육가였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의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스웨덴 국경없는 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와 갭마인더 재단(Gapminder Foundation)을 공동 설립했다. 2017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애 마지막 몇 년을 이 책을 쓰는 데 바쳤다고 한다. 이 책에서 사실에 기반한 진실을 전달하는 접근법을 정립하고자 했던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책에서 얻은 교훈은 이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스스로를 안전지대에서 가두지 말아야 한다. 객관적 사실은 늘 진실의 양면에서 상대적이다. 그러기에 비판적 사고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며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늘 확신시켜야 한다.

'팩트풀니스'란 말을 이 책에서는 ‘사실충실성’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현실의 다양한 현상을 편견이나 오해없이 실제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바라보는 태도나 습관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사실에 근거한 경험법칙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책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에서 인간의 평균 정답률은 16%, 침팬지는 33%. 우리는 왜 침팬지를 이기지 못하는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를 밝히고, 우리의 착각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놀라운 통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저자는 우리의 어떤 오해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일까?
1. 간극본능 The gap instinct
빈자와 부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처럼 세상은 양극단으로 나뉜다고 믿는 본능. 현실은 그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벌어진 간극 사이에 존재한다. 간극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가 어디에 분포해 있는지 집중해서 유심히 봐야 한다.
2. 부정본능 The negativity instinct
실제보다 위험을 과대하게 인식해서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는 믿는 거대한 본능. 통계상 지난 200년간 극빈층의 비율은 85%에서 9%로 줄어들었고 기대수명은 31세에서 72세로 늘어났다. 실제 인류의 삶을 위협하던 합법적 노예제, 기름유출, HIV감염, 아동사망, 전쟁사망, 사형제도, 유연 휘발류, 항공기 사고, 아동 노동, 재난 사망, 핵무기, 천연두, 매연입자, 오존층 파괴, 영양부족 등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부정본능을 자극하는 것은 대부분 언론이 쏟아내는 부정적인 전망이다. 부정 본능을 억제는 방법은 점진적 개선이 뉴스가 되지 않는다는 상황적 판단이다.
3. 직선본능 The straight line instinct
모든 변화가 직선의 그래프처럼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본능. 예를 들어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구의 자원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 두려워하지만 실제는 미끄럼틀 곡선처럼 완만해진다. 극빈층이 줄어들고 교육과 피임을 비롯해 더 나은 삶이 제공되면서 자녀의 수, 아동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다. 직선본능을 억제하려면 세상에는 직선 외에 다양한 곡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4. 공포본능 The fear instinct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을 흔한 일이라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고 믿는 본능. 지진, 전쟁, 난민, 질병, 화재, 홍수, 상어공격, 테러 등은 드물게 일어남에도 언론이 주의를 사로잡는 탓에 우리는 늘 세상을 과도하게 공포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실제 재해로 사망한 인구는 1930년대 100만당 453명이었다면 2016년에는 10명으로 줄어들었다. 자연재해, 항공기 사고, 살인, 방사능유출, 테러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연간 총사망자의 1%를 넘지 못한다. 사망률을 당연히 줄어들어야 한다. 공포본능을 억제하려면 위험성을 계산해야 한다. 실제 위험은 두려움이 아니라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를 같이 판단해봐야 한다.
5. 크기본능 The size instinct
숫자 하나만 보고 그 중요성을 판단하려는 오해. 2016년 420만 명의 아기가 죽었다. 누구나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면 더 참혹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수치는 1440만 명이 죽었던 1950년대와 비교하면 오히려 개선된 숫자이다. 분명한 사실은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 수치가 하나이면 머릿속에서는 항상 경보음만 울릴 것이다. 크기본능을 억제하려면 전체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6. 일반화 본능 The generalisation instinct
소수의 사례로, 심지어 매우 드문 단 하나의 사례로 그것이 속한 범주 전체를 속단하는 본능. 간극본능이 세상을 우리와 저들로 나누는 것이라면 일반화 본능은 우리를 저들과 다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한다. 일반화 본능을 억제하려면 범주에 의문을 품고 다수에 주의해야 한다. 언급한 다수가 51%인지, 99%인지 질문해 봐야 한다. 예외사례에 주목하고 집단 간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비교하여 하나의 집단을 다른 집단으로 일반화할 때 주의해야 한다.
7. 운명 본능 The destiny instinct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믿는 본능. 그래서 무언가가 지금의 그 상태인 것을 피할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이유 때문이며, 그래서 그것은 늘 그 상태로 존재했고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운명본능을 억제하려면 대부분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다.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점진적 개선에 주목해야 한다.
8. 단일 관점 본능 The single perspective instinct
모든 문제는 하나의 해결책이 있어 항상 그것만 지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본능. 대부분의 문제에는 여러 원인과 복합적인 해결책이 존재한다. 단일 관점을 고수하면 현실의 다양한 측면을 놓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유 시장이라는 단순하고 멋진 개념은 모든 문제가 정부 개입이라는 단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하니 언제나 정부개입에 반대해야 하며,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폐지해 시장의 힘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라고만 주장하면 어떤가? 평소에 자유경제체제를 주장하며 정부가 도울 필요 없다고 했던 사람들이, 정작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의 구제금융을 구걸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일관점본능을 억제하려면 단순한 생각과 해결책에 주의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 복잡함을 끌어 안고 여러 생각을 섞어 절충해야 한다.
9. 비난본능 The blame instinct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 복잡한 문제의 원인을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돌려 단순화하려는 습관이나 경제 위기를 한 인물의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그렇다. 항공기가 추락했다고 잠깐 졸았던 기장만 탓하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장이 왜 졸았는지, 앞으로 졸지 않으려면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세계를 이해해야지 비난 본능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비난 본능을 억제하려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고, 영웅을 찾지 말고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10. 다급함 본능 The urgency instinct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된다, 지금 결정해야 하고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 본능.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급함 본능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주고, 다른 본능을 확대해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고,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고, 너무 빨리 결심하도록 유혹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극단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두 가지를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후 변화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 것, 그리고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경고성 메시지를 만들어 거기에 자신이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이를 위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살피되, 그 데이터의 불활실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 관심의 불을 지피면서도 머리는 늘 냉정함을 유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분별 있는 행동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려면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되 극적 조치를 경계해야 한다.
“누구나 하루아침에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까? 큰 변화는 언제나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히 가능하며, 나는 두 가지 단순한 이유에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정확한 GPS가 길 찾기에 더욱 유용하듯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은 삶을 항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둘째 이유는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때 마음이 더 편안하다는 것이다. 대단히 부정적이고 사람을 겁주는 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면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적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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