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피츠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려는 건 이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가 선수들에게 나눠주려고 복사해서 들고 있던 종이에 깔끔하게 요약돼 담겨 있었다. 그의 일장 연설의 핵심. 거기에 전설적인 야구 감독 루 피니엘라의 명언이 적혀있었다.
그는 결코 강한 경쟁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불편을 감수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피츠가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건 포기하자고 속삭이는 안일한 핑계와 맞서 싸우는 것의 중요성이었다. p.63~64

그리고 며칠 후, 아마도 야구 역사상 가장 지독한 연패가 이어지고 있을 때, 우연히 그가 걷고 있는 걸 봤다. 나는 차를 타고 위험한 동네를 지나는 중이었다. 미국에서도 살인 사건이 많기로 유명한 동네를 걸어간다는 건, 위험을 자초하는 짓이었다. 체육관에서 그의 집까지는 꽤 먼 거리였고, 차가 없는 것도 아닌데 거길 걸어라고 있었다. 아니,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집에 걸어가고 있는 거야! 고등학생 때 팀이 지면 걸어갔던 것처럼! 마치 그가 우리의 죄를 대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p.91
우리는 피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우리에게만 전하려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피츠는 야구를 누구보다 잘했지만,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기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지만, 이기는 법에 관한 얘기도 아니었다. 심지어 희생하는 법도 아니었다. 그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건 훨씬 더 중요한 것이었다. 삶을 잘 살아가는 데 있어가 가장 큰 두 가지 적, 바로 두려움과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p.92
운동이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 인간인지 알게 된다는 거야.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그건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봐야만 알 수 있어. 그런데 너희는 단 하루도 노력하지 않잖아. 너희는 이 팀보다 파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지. p.98
* 작가 마이클 루이스는 프리스턴대를 졸업하고 『머니볼』, 『빅쇼트』 등의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이 작품은 모두 영화화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책은 작가가 10대에 야구를 하며 만났던 걸출한 지도자 피츠감독에 대한 이야기다. 얇은 책이지만 울림이 크다. 피츠 감독은 대단한 성공도 실패도 없이 부모의 품에서 살아가던 루이스에게 어른이 된다는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다. 결과에 책임지는 승부, 두려움과 실패에서 도망치려는 본능과 맞서는 삶, 불굴의 의지로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사는 법이었다. 승패를 넘어 당당하게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강인함... 진정한 성공이란 그런 것이리라. 삶에 대한 열정은 부모의 간섭이나 잔소리로 생기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며 귀담아 들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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