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착하고 순하고 정직한 사람에게 우리는 결코 '매력있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럴 경우 '미덥다'는 표현을 더 쓰게 된다. 한 존재가 가진 결핍과 과잉, 모자라거나 지나친 성향들. 그것에 대하여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환호할 때, 이 낱말은 제법 용이하게 쓰이곤 한다. 누군가의 모자란 점과 지나친 점을 곱게 보아줄 때, 매력은 날개를 펼친다. 매력 있는 존재만을 쫓는 사람은 자신이 매력 있어하는 대상과의 관계에 대해 늘 불만족스럽다. 게을러서 아름다운 사람은 관계에도 게으르며, 섬세해서 아름다운 사람은 상대방의 섬세하지 못함을 이따금 책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력 덩어리들은 언제나 상대방을 허하게 하거나 피곤하게 한다. 그렇지 않을 때도 있긴 있다. 결핍을 결핍으로 똑바로 인식하고, 과잉을 과잉으로 똑바로 인지하는 때. 그때란 대개 관계의 내리막길을 걸어내려갈 때다. 간혹, 매력 때문에 생겨난 호감의 양 날개를 뚝뚝 분지르며 걸어내려가기도 한다.
* 결핍과 과잉이 없이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삶에 사람들은 환호하지 않는다. 삶에서는 중용과 황금율을 따르지만 마음 속으로는 일탈과 변칙을 꿈꾸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평범하지 않는 삶을 살다간 혁명가나 예술인을 우상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있다. 미더운 사람이 될 것인가? 매력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 저자 프로필을 읽다가 이렇게 웃어보긴 오랜만이다. 다음은 책표지에 소개된 김소연 시인의 프로필이다. 김소연.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경주에서 목장집 큰딸로 태어났다. 천칭좌. B형,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동네에서 사람보다 소 등에 업혀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눈이 소를 닮아 고장 난 조리개처럼 느리게, 열고 닫힌다. 그 후 무덤의 도시를 떠나 서울로 이주했다. 줄곧 망원동에서 살았는데 우기 때마다 입은 비 피해가 어린 정신에 우울의 물때를 남겼다. 매일 지각하다. 시에 밑줄을 치게 되다. 선생과 불화하며 청소년기를 보내 버리다. 마음과 몸이 분리되지 않고, 따라서 이 일 하며 동시에 저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한 모노 스타일 라이프를 갖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는 강건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은 하기도 전에 몸이 거부하는 이다. 실제로 그럴 땐 고열을 동반한 몸살에 시달릴 정도로, 몸과 마음의 완벽한 일원론적 합체를 이룬 변종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관해서는 초능력에 가까운 신기를 보인다. 고양이처럼 마음의 결을 쓰다듬느라 보내는 하루가 아깝지 않고, 도무지 아무 데도 관심 없는 개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 데 천재적이다. 밥은 그렇다 치고 잠조차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몇 밤을 그냥 잊기도 한다. 몸에 좋은 음식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스크림, 초콜릿, 커피를 주식처럼 복용한다. 게으르기 짝이 없고, 동시에 꼼꼼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음. 마음의 경영이 이생의 목표이므로 생활의 경영은 다음 생으로 미뤄놓고 있다.
※ 김소연 시인은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감성과 직관의 언어로 풀이해 내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다. 얼마 전 문학과 지성사에서 그녀의 여섯 번째 시집『촉진하는 밤(2023)』을 펴냈다. 구해서 읽어볼 요량이다.
“마음의, 무수히 중첩되고 해체되고 얽혀드는 실핏줄. 나는 언제나 핏발이 선 채 피곤해하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정면 응시하면서, 바라보려 한다. 세상을, 사람을, 당신을, 마음은 우리를 현실 이상의 깊은 현실과 만나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이기에.” - 『마음사전』 책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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