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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사소한 독서

시오노 나나미,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by 하늘밑 2024. 12. 26.

르네상스의 탄생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 1937~ )는 일본 우익 제국주의 성향이 짙은 작가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15년간 매년 한 권씩 『로마인 이야기』이란 책을 집필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에 천착하게 된 이유는 기원전후 200여 년 동안이나 넓은 지역에 걸쳐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이뤄진 이유를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찾아낸 로마의 특징은 키워드로 말해 ‘자유’와 ‘관용’이었다. 이는 로마가 다신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로마인들은 정복당한 민족의 신조차 모두 자신들의 신으로 모셨다. 연구에 의하면 로마의 신이 30만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는 나의 종교만이 옳고 남의 종교는 그르다는 일신교에 기초하고 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원리주의에 반대하고 로마의 제국주의적 포용력에 공감한다. 그녀를 우익 제국주의에 경도되었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에서 자신이 고대 로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로마인들의 문화가 르네상스를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세를 지나며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학 작품이나 미술품들이 발견 및 연구되면서 중세 유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4~16세기 이탈리아를 기점으로 전 유럽에 퍼진 문예부흥이 바로 ‘르네상스’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기독교를 비판하면서도 그 문화적 자양을 인정하는 부분은 기독교가 그래도 중세 이후 르네상스와 계몽주의를 거치며 적어도 자기반성의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슬람이 외부의 비판 없이 원리주의에 빠진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곧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르네상스는 인간의 발견이고  그리스 로마의 발견이다. 그 인문학적 바탕에서 성서번역이 이루어졌고  ‘종교개혁’이라는 큰 파도가 밀려올 수 있었다. 


 A: 르네상스란 도대체 무엇이었습니까?
 
B: 처음부터 본질적인 질문을 하는군요. 그렇다면 나도 역사적․종교적․정치적․경제적 요인에 대한 설명은 뒤로 미루고 본질적인 대답으로 응수하겠습니다.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의 분출, 바로 그것이 나중에 후세인들이 르네상스라고 부르게 된 정신운동의 본질이었습니다.
 
A: 르네상스하면 떠오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미완성의 창작자라는 말을 들을 만큼 미완성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그와 동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이 싱상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머릿속으로 상상한 완변한 아름다움과 깊이를 붓으로 표현하기에는 자신이 역량이 불충분하다고 레오나르도 자신이 자각한 경우입니다. 요컨대 내 기량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경우지요.
 
두 번째 이유는 레오나르도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생겨나는 현상이겠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도중에 이미 완성된 모양이 빤히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리 알아버리면,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을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비해 재능이 떨어지는 화가들이 오히려 작품을 완성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 이 가설을 실증한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 시오노 나나미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중에서
 

시오노 나나미,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김석희 옮김 한길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