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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일탐

鹿柴(녹채)-王維(왕유)

by 하늘밑 2024. 12. 3.

鹿柴 (王維)

空山不見人이요  但聞人語響이라

返景入深林하여   復照靑苔上이라.

 
빈 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단지 사람들의 말 소리만 들려 오네
석양 햇살 깊은 숲 속 들어와
다시 푸른 이끼 위를 비추네.
 

王維(왕유, 701~761): 중국 성당 시대의 대표적 자연 시인. 자는 摩詰(마힐). 벼슬이 尙書右丞(상서우승)에 이르렀으며, 시뿐 아니라 음악과 산수화에도 능했음.
 
화자가 살고 있는 鹿柴(록채)의 집은 인적이 보이지 않는 고요한 산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산에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디선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의 말소리에서 거꾸로 이 산의 깊이와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인적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산의 정적을 배경으로 해서만이 들릴 수 있겠기 때문이다.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오히려 고요한 ‘빈 산’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다음 3, 4구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그윽하고 깊숙한 ‘빈 산’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햇살을 막아주는 깊은 숲, 그 밑 응달에서 자라는 푸른 이끼, 이것을 비추는 한 줄기 저녁 햇살은 음영 위에 도드라지는 부조이긴 하지만, 여기서도 우리는 거꾸로 이곳 숲의 깊숙함과 그윽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