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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사소한 독서

나오미 배런 『쓰기의 미래』

by 하늘밑 2025. 8. 22.

AI시대 유혹적 글쓰기 도구의 등장

쓰기의 미래, 나오미 배런, 북트리거 2024


인공지능 AI가 귀찮은 메일도 대신 써 주고 학위논문은 물론 소설도 척척 써내는 시대가 되었다. 쓰기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인지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AI의 능력은 점점 더 광범위하게 점점 더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언어학자인 나오미 배런은 『쓰기의 미래』에서 AI의 핵심이 묘기에 가까운 언어능력에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앞부분은 어떻게 인간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는지, 글쓰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인간의 사고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술한다. 뒷부분은 AI 글쓰기가 진정한 창작인지 의문을 던지며 AI와의 협업에 대한 가능성과 그 한계에 대해 말한다. 책말미에서 나오미 배런은 왜 인간의 저자됨이 중요한지 재차 강조한다. AI와 협력이냐 전적으로 맡길 것이냐에 대해 저자의 신념은 확고해 보인다.
 
“서문에서 나는 AI가 우리보다 더 똑똑해져서 주도권을 잡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조타 장치를 쥔 것을 인간이라는 확고하고도 새로운 방침을 새워야 한다. 봉사원은 AI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나는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에서 묘사했던 세발솥이 생각났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그것들은 신에게 음식을 갖다 바치고는 종종걸음으로 물러났다. 오늘날의 AI 하인들은 끝 모르고 똑똑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한발 양보해 동업자까지는 허용하더라도 하급 동업자여야 한다. 우리는 AI를 설계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우선권을 주는 문제를 놓고 생각해 보면 AI가 우리 삶에 차지할 위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우리가 모든 카드를 쥐고 있는 명백한 지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맡기를 원하는지, 혹은 원하지 않는지 결정하는 지점이다. 간단히 말해 언제 AI를 끼워줄 것인가?”
 
“인간의 글쓰기는 인간의 마음을 날카롭게 벼리고, 다른 사람과 이어 주는 마법검이다. 아무리 도우미로서의 AI가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그 검이 빛을 발하도록 지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책을 읽다 보면 AI의 역할에 대해 랭크 패스콸리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을 떠올리며 재정립한 ‘로봇공학의 새 원칙’이 새롭게 다가온다. “로봇공학 기계장치와 AI는 인간의 전문영역을 보조할 뿐, 그것을 대체하면 안된다.”, “로봇공학 기계장치와 AI는 인간을 가장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실생활은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규제에 대한 혼란한 논의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책에서 AI와의 협업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 중의 하나가 휴먼즈인더루프(Humans in the loop)라는 개념이다. 휴먼즈인더루프 인공지능은 AI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인간이 피드백이나 확인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AI를 통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협력적 관계를 맺자는 제안이다. 다만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인간은 지휘자의 역할이지 절대 ‘인더루프(순환과정의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AI와 공생한다는 것은 어떤 삶의 형태를 말하는 것일까? AI시대에 인간의 창작행위란 무엇이고 AI와는 얼마 큼의 거리를 유지해야 할까? 본질적으로 글을 쓰는 주체로서 우리는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