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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일탐

비판에서 자유로우려면

by 하늘밑 2025. 3. 28.

이달충(李達衷) 「애오잠 병서 愛惡箴 幷序」
 
유비자(有非子)라는 사람이 무시옹(無是翁)에게 가서 물었다.
 
“얼마 전 여럿이 모여서 당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당신을 사람답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당신을 사람답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다가 어떤 사람에게는 사람 대접을 받고, 어떤 사람에게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인가요?”
 
무시옹이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남들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여도 나는 기쁘지 않습니다. 남들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해도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말하고,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해야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나를 사람답다고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기뻐할 일이요.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해도 기뻐할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거나,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두렵습니다.
 
나에 대한 평가에 기쁨과 두려움이 나뉘는 것은 모두 나를 판단하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인지, 사람답지 못한 사람인지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공자께서 ”오직 어진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을 미워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사람답다고 한 사람이 어진 사람이었습니까? 아니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한 사람이 어진 사람이었습니까?”
 
유비자(有非子)가 빙그레 웃으면서 물러갔다. 무시옹(無是翁)은 이 일로 자신을 깨우치는 글을 하나 지었다.
 
“춘추 시대 정(鄭)나라에서 미남으로 유명했던 자도(子都)의 고운 모습을 누가 아름답다고 하지 않겠는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뛰어난 요리사였던 역아(易牙)의 요리를 누가 맛있다고 하지 않겠는가?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을 시끄럽게 다툴 때에는 어찌 자신을 돌아보지 않겠는가.”
 
有非子造無是翁曰:“日有群議人物者,人有人翁者,人有不人翁者。翁何或人於人,或不人於人乎?” 翁聞而解之曰:“人人吾,吾不喜;人不人吾,吾不懼。不如其人人吾而其不人不人吾。吾且未知人吾之人何人也,不人吾之人何人也。人而人吾,則可喜也;不人而不人吾,則亦可喜也。人而不人吾,則可懼也;不人而人吾,則亦可懼也。喜與懼,當審其人吾不人吾之人之人不人如何耳。故曰:‘惟仁人爲能愛人,能惡人。’ 其人吾之人,仁人乎?不人吾之人,仁人乎?” 有非子笑而退。無是翁因作箴以自警。箴曰:子都之姣,疇不爲美? 易牙所調,疇不爲旨?好惡紛然,盍亦求諸己? 이달충(李達衷, 1309~1384) 『제정집(霽亭集)』
 
 
※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해 주면 좋고 좋지 않은 사람이 좋지 않다고 말해줘도 좋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사람의 말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이다.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의 주관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쁘지 않다. 정(鄭)나라의 자도(子都)나 제(齊)나라의 역아(易牙)와 같이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우리는 모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냄비의 물끓어 오르듯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다만 비판을 받을 때 스스로 돌아보고, 덕이 있는 사람들의 충고를 귀 담아 듣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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