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위협할 수는 없다!
사천지방의 충주, 만현, 운안 지역에는 호랑이가 많다. 어느 여인이 한낮에 두 어린아이를 모래 위에 두고 물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호랑이가 갑자기 산 위에서 달려오니 여인은 당황하여 물속으로 뛰어들어 피했다. 두 어린아이는 모래 위에서 아무 일도 없는 듯 놀고 있었다. 호랑이가 아이들을 오랫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머리로 툭 치며 한 번이라도 놀라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리고 순진하여 끝까지 호랑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자 호랑이는 떠나버렸다.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하면 반드시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이 먼저이니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위협할 수는 없다! 호랑이는 술 취한 사람을 잡아 먹지 않고 반드시 앉아서 지켜보고 있다가 그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술 취한 사람이 깨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두려워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밤에 바깥에서 귀가하다가 어떤 것이 문 앞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돼지나 개 종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막대기로 쳤더니 바로 도망가 쫓아갔는데, 산 아래 달이 밝은 곳에 이르러보니 호랑이였다. 이 사람이 호랑이를 이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기세가 이미 호랑이를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모두 어린아이, 취한 사람, 아직 호랑이인 줄 못 알아보는 사람과 같다. 호랑이가 이들을 두려워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다.
忠萬雲安多虎. 有婦人晝日置二小兒沙上而浣衣於水者. 虎自山上馳來, 婦人倉皇沈水避之. 二小兒戱沙上自若. 虎熟視久之, 至以首抵觸, 庶幾其一懼. 而兒痴, 竟不知怪, 虎亦卒去. 意虎之食人, 必先被之以威, 而不懼之人, 威無所從施歟! 有言虎不食醉人, 必坐守之, 以俟其醒. 非俟其醒, 俟其懼也. 有人夜自外歸, 見有物蹲其門, 以爲猪狗類也. 以杖擊之, 卽逸去, 至山下月明處, 則虎也. 是人非有以勝虎, 而氣已蓋之矣. 使人之不懼, 皆如嬰兒、醉人與其未及知之時, 則虎外之, 無足怪者. - 蘇軾, 「書孟德傳後」中
*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혼란이 빠진 사람들은 휴대폰을 켜고 실시간 상황을 공유했다. 국회 운동장에 헬리콥터가 내려앉고 중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관으로 밀어닥쳤다. 소식을 접한 시민, 정치인, 기자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때 검은 목폴라와 가죽재킷을 입은 한 여성이 계엄군의 총구를 잡고 거세게 항의하였다. 이 영상이 보도되자 사람들은 계엄군에 놀라고 이 여성에게 놀랐다. 12월 4일 자 BBC코리아는 이 여성을 인터뷰했다. 올해 35세,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귀령씨였다. 안씨는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런 계엄군을 처음 봐서 좀 무서웠어요.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막았던 것 같이요. 총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붙잡는 팔을 뿌리치면서 막 이렇게 뭘 잡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안씨는 BBC와의 인터뷰 중 잠시 침묵한 후 “너무 좀 슬퍼요.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슬프고 답답하고 그렇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안씨는 어찌 보면 태어나면서 민주주의를 누린 세대다. 내 기억에 비상계엄은 45년 전, 1979년 이후 발효된 적이 없으니 역사책에나 나오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 이후 수많은 시민들과 학생들, 정치인들이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일궈냈다. 그 덕분에 우리의 몸속에는 일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에 항거하는 DNA가 살아있다. 안씨도 그랬을 것이다. 호랑이는 두려움을 먹고사는 괴물이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우리 손으로 뽑은 종이호랑이가 아니라 두려워하는 마음 그 자체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재자는 발 디딜 곳이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41Zlu18yx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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