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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일탐

대통령의 망상과 비상계엄

by 하늘밑 2024. 12. 4.

사람은 안 보이고 금만 보였습니다.
 
옛날 제나라 사람 중에 금을 욕심내는 사람이 있었다. 이른 아침 의관을 걸치고 시장에 가서 금을 파는 곳을 찾아가 그곳의 금을 훔쳐 달아났다. 관리가 그를 체포한 다음 물었다. “사람들이 거기 모두 있었는데 남의 금을 훔치다니 왜 그랬습니까?” 그가 대답했다. “금을 훔쳐 갈 적에는 사람은 안 보이고 금만 보였습니다.”
 
昔齊人有欲金者, 淸旦衣冠而之市, 適鬻金者之所, 因攫其金而去. 吏捕得之. 問曰: "人皆在焉, 子攫人之金何?" 對曰: "取金之時, 不見人, 徒見金." <列子 說符>
 
* 지난 12월 3일 밤 10시 23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누구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는지 조악하기 짝이 없는 긴급담화문을 읽는 대통령의 얼굴은 누렇게 떠 있었고 눈은 풀려있었다. 탄핵소추와 예산안 처리는 국회의 고유한 권한임에도 그것이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특히 야당을 범죄자 집단 소굴이고 괴물이라며 극단적으로 비난했다.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이 국회에 난입했고, 특수 작전용 헬기가 무장군을 실어나르고 장갑차가 도심을 질주했다. 누가봐도 국회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였다. 국민들은 1979년 군부 쿠데타의 기시감을 떨치지 못해 불안으로 밤잠을 설쳤다. 삼권분립과 헌법정신이 유린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은 그간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쉼없이 외쳤지만 그의 안중에는 국민도 헌법도 없었다.  민주주의를 스스로 파괴하였다.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하고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장기 독재집권을 획책하는 내란의 수괴가 되었다. 외신은 '기괴한 일', '꽤나 미친 짓', '매우 인기 없고 분열적인 지도자'라고 비웃었다. 국민들은 한없이 부끄러웠다.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데 왜 그랬습니까?" 대통령은 뭐라고 답할까?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는 국민은 안 보이고 내 자리만 보였습니다" 라고 할 것인가?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발빠른 대처로 몇시간만에 해제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돌아갈 자리가 없어 보인다. 대통령은 자격을 상실했다. 더없이 초라한 모습이다. 국회 여당도 국민도 군도, 심지어 그를 따르던 검사조직도 앞으로 그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권력자가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국민임을 그는 잊었다. 대통령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소한의 양심으로 자신을 뽑아준 국민 앞에서 스스로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1793년 1월, 루이 16세가 성난 군중이 보는 앞에서 혁명광장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듯이, 화난 국민이 1월의 동토가 녹기전 그를 광화문 광장으로 끌어 낼지 모른다.  
 

뉴욕타임즈. 2024.12.03 일자 인터넷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