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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일탐

送人(송인)-鄭知常(정지상)

by 하늘밑 2024. 12. 3.

送人 (鄭知常)

庭前一葉落하니     床下百蟲悲라

忽忽不可止하니     悠悠何所之오

片心山盡處요        孤夢月明時라

南浦春波綠커든    君休負後期하라

 
뜰 앞에 한 잎 낙엽이 떨어지니
평상 아래 벌레들 슬피 울기 시작하네
훌훌 떠나는 걸음 멈추게 할 수 없구나
유유히 님은 어디로 가시는가?
내 마음 언제나 산이 다한 곳에 머물고
외로운 꿈속 달 밝을 때 만나려나
내년 봄 물이 푸르러지거든
그대여 다시 만나자던 약속 저버리지 말아요.
 
鄭知常(정지상, ?-1135): 고려 예종 때의 시인. 평양 출신으로서 서경천도(西京遷都)와 칭제건원(稱帝建元)을 주장하다가  묘청(妙淸)의 난에 죽임을 당하였음.
 
낙엽이 지고 풀벌레 울기 시작하는 가을밤, 떠나가는 님을 말릴 수 없다. 님이 떠나고 나면 자나 깨나 그를 그리워하겠지만, 그저 내년 봄 만나자던 약속이나 다짐할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가을의 쓸쓸함과 이별, 봄날의 푸른 물결과 재회의 약속 등 자연의 풍광과 인간의 내면세계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면서 벗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움이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내는 여인’의 이미지를 통해 잘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다. 홀홀(忽忽)과 유유(悠悠), 불가지(不可止)와 하소지(何所之), 편심(片心)과 고몽(孤夢), 산진처(山盡處)와 월명시(月明時)는 뛰어난 대우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