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原驛 (金克己)
百歲浮生逼五旬한데 崎嶇世路少通津이라
三年去國成何事오 萬里歸家只此身이로다
林鳥有情啼向客하고 野花無語笑留人이라
詩魔催處來相惱하니 不待窮愁已苦辛이로다
뜬 구름같은 인생 백 년 오십이 가까운데
험한 세상 길에 건널 나루 적구나.
서울 떠나 삼년 무슨 일 이루었나?
만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만 이 몸뿐이로다.
숲새는 정이 있어 나그네를 보고 울고
들꽃은 말없이 웃으며 사람을 붙잡는다.
시마(詩魔)가 재촉하는 곳에 와서 괴로워 하노라니
궁한 근심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시짓느라 괴롭구나.
金克己(김극기 : 약1145전후-1209) : 고려 중기의 문인. 호는 노봉(老峰). 낮은 벼슬살이를 전전하며 여행을 자주하여 전국 곳곳의 명승과 고적을 읊은 시를 많이 남겼음.
이 시의 화자는 험난한 인생의 길에서 건널 나루를 찾지 못하고 있다. ‘津’은 학문이나 사업의 길에 들어서는 입구의 비유로 쓰이는 말이다. 이렇게 이 시의 전반부는 상실감과 고달픔이 주된 정조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그 정조가 반전된다. 숲속의 새와 들꽃, 원래는 무정물(無情物)인 이들이 정을 머금고 화자를 반긴다. 물론, 실제로는 화자의 정서가 이 무정물들에 이입이 되는 것이지만. 여기서 화자는 도도한 시흥을 느낀다. 이것을 작가는 ‘시마(詩魔)’로 표현했다. 더우기 ‘不待窮愁已苦辛’이라는 마지막 구는 현실의 고통을 시로써 승화하는 시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해 주는 동시에, 거꾸로 작가가 느끼는 현실의 고통이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다가오면서도 그것이 가슴을 진하게 울리는 그런 여운’을 주는 훌륭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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