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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일탐

途中卽事(도중즉사)-金安國(김안국)

by 하늘밑 2024. 12. 3.

途中卽事 (金安國)

天涯遊子惜年華하여    千里思歸未到家라

一路東風春不管이며    野桃無主自開花라

 
하늘 가 떠도는 나그네 세월이 안타까와
천리 길 돌아가려 하나 집에 이르지 못하였네.
한 줄기 봄바람을 봄은 주관하지 않지만
들 복숭아 주인 없어도 절로 꽃을 피웠네.
 

金安國(김안국, 1478-1543): 조선 초기의 문신․ 자는 國卿(국경). 호는 慕齋(모재). 중종반정 이후 조광조와 함께 사림의 중추로 활동함. 벼슬은 贊成(찬성)에 이르렀고, 시호는 文敬(문경). 저서에 <慕齋集(모재집)>이 있음.
 
김안국이 遠接使從事官(원접사종사관)으로 중국의 사신을 전송하고 돌아는 길에 지은 작품이다. 작가는 이 시에서 자신을 변방에서 떠돌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있는 나그네로 묘사하고 있다. 시의 1, 2구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그네의 심정을 그린 것이다. 집생각으로 조급한 이러한 나그네에게, 주위의 정경들이란 으레 객수를 자아내게 하는 그러한 것들일 터이다. 그러나, 이 시의 다음 3, 4구는 이러한 예상을 뒤엎는 내용이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한 줄기 봄바람은 봄의 神(신)이 있어 그것을 주관하는 것이 아니며, 들의 복숭아는 돌보는 주인이 없는데도 절로 꽃을 피운다. 나그네의 눈에 들어오는 정경은 生意(생의)로 충만한 자연의 ‘自然而然(자연이연 : 스스로 그러한)’한 모습들이다. 1, 2구와 3, 4구 사이에는 이처럼 깊은 이미지의 단절이 가로 놓여 있는데, 이러한 단절이 거꾸로 각각의 의미를 심화시키면서 무한한 감개를 자아내게 하는 데에 이 시의 묘미가 있다.